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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간다] (2) 소녀상 그림 기행하는 대학생 김세진 씨

'대학생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
시위현장 지킬 수 없는 미안함에
전국 소녀상 찾아 그리기 시작
7월까지 작업 완료 전시회 검토

양청 인턴기자 o_ihssac4807@naver.com 2017년 06월 07일 수요일

진주시 중안동 진주교육지원청 한편에 진주 시민이 성금을 모아 세운 소녀상(평화기림상)이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이 소녀상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청년이 있었다.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 만화·애니메이션학과 4학년 김세진(30·전북 완주군) 씨다. 김 씨는 자신을 '대학생공동행동 소녀상 지킴이'라고 소개했다. 소녀상 지킴이는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폐기를 주장하며 527일째(6일 기준) 노숙을 하며 소녀상을 지키는 대학생들이다. 김 씨는 지난달 15일 부산을 시작으로 각지에 있는 소녀상을 그리고 있다. 소녀상 옆에서 노숙을 하면서 말이다. 그가 왜 서울 농성장을 떠나 전국을 돌며 소녀상을 그리고 있을까. 이날 진주 소녀상을 다 그리고 산청으로 출발하려던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미안함에 시작한소녀상 그림 기행

김 씨가 소녀상 그림 기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동료를 향한 미안함과 가벼운 사명감 때문이었다.

"학교가 멀어 소녀상을 지키는 시위에 주말밖에 가지 못했어요. 그래도 오랫동안 시위에 나갔고, 나이도 좀 많은 편인데 제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전국 소녀상 지도를 얻었는데 제가 그림을 그릴 줄 아니 소녀상들을 그려보면 재밌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15일 부산 초량역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그의 첫 작업이다. 부산 일본영사관 근처에 설치된 것이라 논란이 꽤 심했었다.

전국 소녀상 그림 기행을 다니는 대학생 김세진 씨. 그는 지난달 29일 진주를 찾아 진주교육지원청 앞 평화기림상을 그렸다.

"부산 초량역 소녀상은 최근에 한 번 철거를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그때 저도 힘이 되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안타까워 가장 먼저 찾았습니다.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 같은 사람도 힘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알리고 싶었어요."

만났을 당시 그는 부산을 시작해 울산, 포항, 대구, 상주, 군위, 김해, 창원, 거제, 통영, 남해, 진주 이렇게 13개 소녀상을 그렸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릴 산청군 간디 마을학교에 있는 소녀상을 포함하면 경상도 지역에서 모두 14개를 그린 후 전라도 쪽으로 건너간다고 했다.

김 씨가 소녀상을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시간. 그림만 그릴 때가 그렇다. 사람이 북적대는 곳에서 그리다 보면 화장실 갈 때나 식당에 갈 때도 펼쳐놓은 화구를 다시 챙겨 담아 들고 갔다 와서 다시 펼치기를 반복해야 했다. 그리고 오가며 말을 거는 이들에게 일일이 친절하게 설명까지 하다 보면 훨씬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냥 신기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때로 쓸데없는 짓 한다며 나무라는 이들도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있는 소녀상을 그릴 때 어떤 분께서 '나도 6·25 겪었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셨어요. '과거인데, 끝난 일인데, 전쟁 상황인데' 그러면서 넘어가자는 거죠. 그러면 저는 그것이 왜 부당한 건지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용서하려면 상대방이 먼저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느냐면서요."

물론 칭찬하고 격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런 분들에게는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고 김 씨는 말한다.

고생하는 친구들 생각에 노숙

애초 김 씨는 그 지역에 도착해서 소녀상을 먼저 그리고 하룻밤을 자는 식으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동 시간이 길어 일찍 도착해야 오후 네 시일 때가 잦았다. 그는 밤눈이 어두워 가로등 불빛으로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소녀상 옆에서 노숙을 하고 다음날 날이 밝으면 그림을 그린 후 오후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그가 굳이 불편하게 노숙을 하는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김세진 씨가 제일 처음 그린 부산 지하철 초량역 평화의 소녀상. /이서후 기자

"소녀상 지킴이 친구들은 소녀상을 지키려고 520일 넘게 노숙 농성을 하고 있어요. 저도 그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노숙을 해요. 생각보다 춥지는 않고요. 물론 비가 오면 숙소를 잡고 푹 쉬죠."

그는 소녀상 그림 기행을 떠나려고 휴학을 하고 3개월 동안 일을 해서 돈을 모았다.

"첫 달에 번 돈은 어머니께 생활비를 드렸어요. 나머지 두 달 동안 번 월급으로 기행을 하고 있어요. 노숙을 하니 숙박비보다는 아무래도 교통비가 제일 많이 들어요."

김 씨는 소녀상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풍경 등 전체적인 분위기를 담아낸다. 실제로 그려보니 소녀상 자체도 다 개성이 있고, 소녀상이 들어선 장소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경북 군위에 있는 소녀상은요, 옆에 있는 개구리 조형물이 너무 귀여워서 일부로 구도를 잡아넣었어요. 상주 소녀상 뒤에 상주 특산물인 감을 표현한 동상이 있는 이것도 깨알 같은 귀여움이 있어요. 포항에 있는 소녀상은 보고 있으면 굉장히 행복해져 그림은 안 그리고 한참을 쳐다봤어요.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소녀상은 포인트가 옆에 있는 우체통이에요. 소통을 하는 소녀상이라는 느낌이죠. 부산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소녀상은 젊은 여성이에요. 당차고 아름답고 멋있는, 연약한 소녀가 아니라 당찬 여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어요. 김해 서울이비인후과 로비에 있는 소녀상은 다시 한 번 그릴 거예요. 아무래도 개인이 하신 거라서 하나 더 그려서 드리면 의미 있을 것 같네요."

김세진 씨가 그가 그린 그림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림 기행은 오는 7월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전국 50여 개 소녀상을 다 그리면 '평화의 소녀상 조각가'로 유명한 김서경·김운성 부부와 상의해 전시회를 열어볼 생각이다. 그림은 모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인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기증하려 한다.

"소녀상 지킴이가 노숙농성을 하고 제가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일합의 폐기와 소녀상 보존, 이 두 가지가 주 목표입니다. 그것은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지금 당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에요. 그 합의가 폐기되면 농성도 그만 하는 거고, 저도 계속 소녀상 지킴이로서 있을 필요가 없겠죠. 그래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서, 다양한 곳으로 가서 활동할 것 같아요."

그는 소녀상 그림 기행이 굳이 후원받겠다고 하는 일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후원금이 있으면 훨씬 다니기가 편할 것이다. 혹시나 김 씨가 소녀상 그림 기행을 하는 데 작은 액수라도 보내고 싶으면 국민은행 9-4484-3107-60(김세진)으로 보내면 된다.

※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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