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양산을 비롯해 전국으로 퍼질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가 위기 경보를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범정부 차원의 AI중앙사고수습본부도 꾸려졌으며, 오늘 24시간 동안 육계 농장을 제외한 전국 모든 가금 농장과 관계자들의 이동 금지 조처도 취해졌다. 인근 부산에서 AI가 발생한 경남도도 방역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고병원성으로 확진된 이번 AI는 이전과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AI 활동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발생한 데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그러나 이번 또한 AI 사태의 절반은 전염병 관리 부실에 있었다. 이번의 경우 AI가 중간유통업자와 전통시장을 거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점에서 가축 전염병 관리에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정부는 가축 농가에 전염병이 돌거나 가축 폐사가 많으면 신고하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이참에 처벌 규정이 허술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보완해야 한다. 정부가 당장은 물샐 틈 없는 방역에 온 힘을 쏟아야 하지만 AI가 경제에 미칠 여파를 관리하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AI 발생 이후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시중 계란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번처럼 계란 한 판에 1만 원이 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당시 계란값 폭등은 공급 부족이 이유이기도 했지만 중간유통업자들의 농간 때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여름철 수요가 높은 닭고기 가격 폭등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양계 농가와 닭고기 식당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지난겨울 발생한 AI가 완전히 진압된 것이 아니라 잠복해 있다가 고개를 들었을 가능성이다. 인플루엔자의 변이 과정 추적이 필요하겠지만, AI가 상시로 일어날 위험이 커짐에 따라 정부 차원의 가축질병 대책 기구 상설화가 요구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가축 밀집 사육 제한, 친환경적인 사육 확산 등의 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정부의 위기 관리능력도 시험대에 오름에 따라 늑장 대응으로 허둥댄 이전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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