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탐욕이 빚은 '가이아의 복수'
자연의 경고 절실한 대안은 '문명 전환'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가족들과 함께 고구마를 심었다. 생각해 보니 매년 비를 맞으며 고구마를 심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음날 비가 온다는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비 올 확률이 100%였는데…오겠지? 올 거야' 하며 하늘을 자꾸 쳐다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쨍쨍해졌다. '큰일이네 이러다 고구마 순들이 다 타 죽는 거 아닌가?' 싶었다. 더 이상 비를 기다릴 수 없어 물을 줄 준비를 했다. 그런데 잠시 후, 구름이 몰려오고 조금 있으니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좋던지 "우와~ 비가 온다. 드디어 온다" 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비가 더 많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들이 "비야 더 많이 오너라" 하며 손을 아래위로 흔들며 춤을 추듯 넘실넘실 몸을 흔들어 대었다. 우리 가족은 반가운 빗속에서 아들의 춤사위까지 보며 박장대소했다. 비가 이처럼 고마운지 농부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일이다.

하지만 그 뒤로는 아직 비가 오지 않고 있다. 비를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은 매일매일 타들어간다. 뉴스를 보니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 피해가 여기보다 심각하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기온은 올라간다. 논과 밭이 메말라 진통을 한다. 매년 해를 거듭할수록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농부들은 피가 마를 지경이다. 기후라는 것이 지구에너지가 평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어야 하는데 그 평형이 깨어지다 보니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마을의 할머니들도 "이상하데이… 참 요상하데이!" 하시며 걱정에 걱정을 하신다. 아직 때가 아닌 꽃이 피고, 이전보다 빨리 진딧물들이 생기고, 벌레가 타지 않던 작물에까지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지구는 엄청난 변화에 몸살을 앓는 것이다. 생태학자들은 이런 현상들을 '가이아의 복수'라고도 한다. 이 모든 환경문제는 자연 스스로가 만든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으로 무자비한 개발과 그로 인한 자연 파괴의 결과라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인류가 생태적 문명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경고를 계속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은 문명의 전환 즉 삶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 이것의 전환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된다. 자연의 기후변화가 어찌 농촌만의 문제이겠는가. 농촌이 죽으면 도시는 살아갈 방법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도시와 농촌이 함께 대안을 찾아가야 할 문제다. 환경문제는 삶의 구조 문제이다. 환경문제의 본질은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악순환에 의한 결과이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할 때 마음이 답답하고 아파온다. 섬뜩하게 다가오는 두려움도 생긴다. 시골에 사는 농부는 농사지어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도시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물론 돈 없이 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돈을 먹고살 수도 없지 않겠는가! 농부는 농사로 돈을 벌기 이전에 땅을 살리고 생명을 가꾸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도시 사람들도 먹는 농부로 정성껏 농사지은 것을 잘 선별하고 정당한 가격에 사는 '먹는 농부'가 되어야 한다. 서로 상생하지 않으면 함께 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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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마늘을 수확했다. 첫 수확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농작물을 수확했다는 것이 놀라움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농사를 지어갈수록 환경이 달라지고 있고 농사를 짓는 이 일이 어려워진다. 이런 수확의 기쁨이 매년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매해 모종값은 올라가고만 있다. 종자권이 농민들에게 없으니 씨앗을 파는 기업이 정한 가격에 모종을 사야 하는 현실이다. 만약 저들이 씨앗에 엄청난 가격을 정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의 문제는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우스개 농담(弄談)보다 무서운 농담(農談)에 시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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