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독립잡지 <우리얘기>
포토에세이·단편소설 등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
참여 문학잡지 <옴니글로>
IT기업 이노엡 플랫폼 개발

"독립 출판물이 쉼 없는 일상에 작은 '틈'이 되어 줍니다."

"자신만의 공간, 자신만의 느낌을 확장해서 느끼고 싶은 분들이 독립출판물을 찾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독립출판물에 갖는 관심은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읽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예요."

<우리, 독립출판>(북노마드, 2016)에서 독립출판물을 낸 저자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사람들이 왜 독립출판물을 찾을까'에 대한 답이다.

작가가 글을 쓰는데 그치지 않고, 편집, 인쇄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하는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높다. 독립출판물을 전시, 판매하는 축제와 시장도 생겼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편집, 가공해서 독립 책방을 통해 유통하는 시대다. 정답도, 공식도 없다. '이것도 책인가?' 싶은 책도, '이렇게 뛰어난 콘텐츠를 왜 독립 출판 형태로 만들었을까?' 싶은 책도 있다. 경남에서도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춘 이야기 <우리얘기> = 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김창룡(30), 박철현(25) 씨가 올해 1월 '시즈 더 데이(Cz the day)'라는 팀을 꾸렸다.

고향 선·후배인 이들은 문화콘텐츠 기획, 진행을 한다. 2년 전 '키획사'라는 이름으로 청춘 독립잡지 <우리얘기>를 기획, 제작했다. 토크쇼 '박철현의 관람불가'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씀: 일상적 글쓰기 출판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부산, 울산 지역 대학에 다닌 이들은 울산을 주 무대로 활동했다. 올해 초 고향인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을 계획하고 '시즈 더 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았다. 지난 4월 독립 잡지 <우리얘기> 3호(61쪽, 6000원)를 냈다.

'시즈 더 데이'라는 팀으로 창원에서 활동하는 김창룡(왼쪽), 박철현 씨가 청춘 독립잡지 <우리얘기> 3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은상 기자

김창룡 씨는 "<우리얘기>는 경남, 부산, 울산, 천안, 독일 등 다양한 지역의 청년 이야기를 담았다. 글은 공모를 해서 이메일(czent@naver.com)로 받았다. 3호는 '이럴 수가'를 주제로 창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트레바리' 인터뷰 등을 했다. 청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포토에세이, 단편소설, 사연 등의 글이 담겼다.

500부를 찍어서 서울, 부산, 창원, 제주 등의 독립 책방에 공급했다. 책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후원을 받았다. 64명이 후원해서 책을 제작했다.

7월에는 여행을 주제로 한 글을 모집해서 책을 낼 계획이다. 이달 말 제주도 여행 프로젝트 '청춘여어'를 진행해 참가자들의 사진, 글도 넣을 예정이다.

◇참여 문학잡지 <옴니글로> = 창원 IT 기업 '이노엡'을 운영하는 이진희(37) 대표는 문학잡지 플랫폼을 개발했다. '옴니글로'다.

'세상의 모든 것(곳)'을 뜻하는 라틴어 'omni'와 순한글 '글로(glro)'를 합해서 이름 붙였다. 세상 모든 것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라는 뜻을 담았다. 소설, 시, 에세이 등의 글을 옴니글로(omniglro.com) 사이트에 올리면, 이 가운데 잡지 <옴니글로>에 실을 글을 채택하는 방식이다.

창원 IT 기업 '이노엡'을 운영하는 이진희 대표가 참여 문학잡지 <옴니글로> 1호와 2호를 소개하고 있다. /우귀화 기자

지난해 6월에 '소통'을 주제로 1호(212쪽, 1만 2000원), 12월에 '마음'을 주제로 2호(201쪽, 1만 2000원)가 발행됐다. 각각 1000부씩 찍었다.

이 대표는 "<옴니글로>는 일상 문학을 콘셉트로 한다. 소소한 일상의 글을 선택해서 디자인, 편집해서 책으로 내고 있다. 책을 끈으로 묶는 포장도 직원들이 했다"며 "전국 독립책방 100여 곳에서 책을 입고해서 판매하고 있다. 창원 가로수길 카페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잔잔한 글을 모아 책으로 냈지만,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앞으로 일반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을 개발해 독립출판물을 내는 것을 계획 중이다.

◇"독립출판은 자기표현 방식" = 독립출판물이 늘어나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독립출판물 시장 관계자들은 자기표현 욕구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세종예술시장 '소소' 관계자는 "독립출판물을 전시, 판매하는 시장을 2013년부터 열고 있다. 매회 90여 팀이 참여한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글, 사진 등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인디자인 수업을 듣거나 독립출판물 제작 수업을 들으면서 책을 만드는 이도 있다.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으로 저마다 책을 내고 있다"고 했다.

2012년부터 독립출판물을 유통하는 서울 지역 책방 '스토리지 북앤필름' 관계자도 "독립출판물은 대안적인 문화다.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방식이 예전보다 편해졌기에 독립출판물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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