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야사 복원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주문함에 따라 그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가야사 복원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 고대사 연구가 삼국 특히 신라에 편중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가야가 철기문화를 꽃피운 해동 강국임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드물다. 전성기 가야의 영역이 경남·북을 넘어 호남 동부와 충남까지 미쳤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문 대통령은 가야의 강역을 근거로 영호남 벽을 허물고 화합을 도모하는 상징으로서 가야사 복원을 요청했다.

가야사 복원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김해시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유적 복원과 유물전시관 조성을 위한 터 매입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다. 고대 왕조 역사의 복원은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드 문제 등 시급한 국정과제가 산적한 처지에 정부 차원에서 가야사 복원이 추진되는 건 문 대통령이 먼저 언급한 대로 '뜬금없는' 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대선 때도 가야사 복원은 문 대통령의 지역 공약 중 하나였을 뿐이다. 또 문 대통령이 자신의 출신 지역을 챙긴다는 오해를 일으킬 여지도 다분하며, 이미 선례가 있다. 한국인들이 고대사를 신라 중심으로 인식하게 된 주요 계기는 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박정희 정권이 신라사 띄우기에 주력한 탓이 크다. 신라에 복속된 가야는 백제와 더불어 정치적인 역사 복원 사업의 희생자였다. 문 대통령이 비슷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가야사 복원 사업은 서두름 없이 치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한국인의 기억에서 사라진 1500여 년 전 왕조 역사를 살리는 일은 현 정부 임기 내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짧게 잡아도 수십 년이 요구될 것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어서 추진할 수 있도록 장기적 계획이 나와야 할 것이다. 가야사 복원 사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이 합당한지, 영호남 화합에 기여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 등을 포함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총체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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