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이 폐쇄된 지 3년 만에 노동자·시민단체·경남도 등 당사자가 한자리에 앉아 재개원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은 뜻하는 바 의미가 크다. 돌아보면 서부경남 유일의 공공의료기관이었던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전 지사의 일방적인 주도로 노조를 말살함으로써 적자경영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적대적 노조관이 발동돼 10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아픔을 겪었다. 폐업 후의 실상은 조사되지 않았으나 서북부 경남지역의 공공진료에 얼마나 많은 차질이 빚어졌을지 능히 추측이 간다. 공립 의료원은 의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일반 서민이 주로 찾는다는 점에서 사회 저변층 환자들이 큰 애로를 겪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시 머리를 맞대 재개원의 길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난관은 책임 있는 당국자가 도에 없다는 것이다. 경남은 현재 부지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류순현 대행은 논의의 물꼬를 트는 데는 기여했지만 예산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언제든 인사발령에 의해 보직이 이동된다. 그런 한계 때문에 원론적 입장만 밝힐 수 있을 뿐이다.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새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거점 공공병원 확충 정책에 따라 진주의료원을 되살릴 수 있는 여지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진주의료원이 제 모습을 되찾아 공공성을 한층 더 높이고 거점병원으로서 역할 증대에 헌신한다면 서부 경남의 의료체제는 한결 탄탄해질 것이다. 전처럼 수가면에서 시중병원과는 차별되는 서민 위주 병원으로서, 또 전염병 발생 시 비상응급 시설을 갖춘 종합 방역 의료원으로서 그 기능이 회복돼야 한다.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선행 절차를 생략한 채 단체장의 독단적 전횡으로 어느 날 갑자기 증발된 공익 영역은 복원돼 마땅하다. 더구나 앞으로의 사회는 민의가 존중되는가 하면 주민복리가 더 넓어져야 하는 당위성과 손잡아야 한다. 다자간 대화 창구가 주어진 것은 그러한 시대적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해 틀리지 않다. 그러나 조급하게 결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차분하게 선후 과정을 따져 도와 정부에 재개원의 정당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게 상책이다. 의료원 폐쇄 후 정치와 재정경제적 변화 요인이 상당하다는 사실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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