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 원도 '중하층'이라고 생각
전과 다른 통계 불평등 해소 계기 돼야

한국일보가 2015년 5월 웹과 모바일로 제공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월급통장-당신의 월급은 대한민국 몇%입니까?'라는 인터랙티브 기사가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 임금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기 위해 만든 기사다.

여기에 자신의 세전 월급 액수를 쳐 넣으면 '당신은 대한민국 임금근로자 중 상위 ○%의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결과가 뜬다. 200만 원을 넣으니 상위 50%, 300만 원은 상위 28%, 400만 원은 상위 17%라고 나온다.

2013년 말 고용노동부 통계를 바탕으로 만든 건데, 지금도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16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1968만 7000명) 중 월급이 200만 원 미만인 사람은 45.2%로 집계됐다. 2013년에 비해 약 5% 포인트 가까이 줄긴 했지만, 임금 불평등은 더 심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침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들어가 봤더니 막 2017년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가 올라와 있었다. 1인 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237만 2211원인데, 이 중 근로소득은 204만 3511원(2인 가구는 291만 1449원)으로 나온다.

이번엔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중소제조업 생산직 월 급여 총액을 찾아봤다. 2016년 종업원 100~199인 기업은 250만 8969원, 200인 이상 기업이 260만 3248원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자기 월급을 부풀려 이야기하는 경향이 많다.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천박한 사회분위기 탓이다. 그래놓고 속으로는 자기 월급이 너무 적다는 자격지심에 시달린다.

한국리서치가 10년간 전국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매년 의식 및 라이프스타일을 조사, 분석해본 결과 연봉 5000만 원 정도를 받는 사람들도 자신을 '중하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수준보다 더 못산다고 생각하는 피해의식에 젖어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그것은 그동안 정부가 소득과 임금 불평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통계를 발표하지 않은 탓이 크다. 게다가 언론도 제대로 보도하는 데 게을렀다.

위에서 인용한 통계도 아주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진 액수가 '평균'이라는 이름을 달고 발표되고, 거기에 못 미치는 사람들은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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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어 통계청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 '임금근로자 소득 통계'를 처음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행정통계에 국세청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자료를 모두 결합해 더 정확하고 세밀한 임금과 소득을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부디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가 한국사회의 최대 적폐인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시발점이 되길 빌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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