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학계 등 "대안 없는 주장" 매몰비용 문제 등 제기해
환경단체 "사익 보다 공익 우선해야" 안전성 강화 제시 '맞대응'

원자력계가 문재인 대통령 탈핵 공약 흔들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탈핵을 요구해온 환경단체들은 "원자력 이익 공유체들의 몰염치"라고 비판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신규 건설 중단, 40년 후 '원전 제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는 다음주까지 에너지 관련 공약 이행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업무보고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이르면 정부가 탈핵 관련 선조치 계획과 탈핵 로드맵을 우리나라 핵발전소 중 최초로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에 들어가는 18일 전후에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탈핵 공약 중에서 우선 조치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수명연장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난 노후 핵발전소 월성 1호기 폐쇄를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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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 원전 전경./경남도민일보DB

◇원자력계 "전문가 논의·국민 의견 수렴해야" = 그러나 핵발전 이익 관련자들의 반발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원자력공학자 230명은 지난 1일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은 충분한 전문가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원자력을 연구하는 교수들은 "작금의 원전 정책 공약의 이행 과정을 보면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자력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선진적 정책 수립, 경제 발전·고급 일자리 창출·에너지 복지에 기여한 원자력산업에서 국가를 위해 매진하는 다수 의견 경청, 전문가들과 국민 의견 수렴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해 원자력 정책을 재정립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원자력학회·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한국원자력산업회의는 고리 1호기 폐쇄를 앞두고 8일 '고리 1호기와 한국 원자력 40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이날 '원자력 신뢰 회복 방안'에 대한 토론도 한다.

핵발전 관련 교수들과 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실력행사를 하는 셈이다. 원자력학회는 대선 기간인 지난 3월 탈핵에 대해 "대안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도 지난 2일 결의문을 내고 "일방적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시도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핵발전을 옹호하는 학계·산업계 논리는 매몰비용 문제, 전기요금 인상 등이다. 2022~2023년 완공 목표인 신고리 5·6호기는 28%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은 삼성물산·두산중공업·한화가 맡았다.

◇환경단체 "사익보다 안전" = 이 같은 탈핵 공약 흔들기에 환경단체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성명을 내고 "일본 후쿠시마 사고와 한수원 비리, 울산과 경주 지진 등을 겪으면서 국민의 탈핵 열망은 어느 때보다 높고, 대통령 탈핵 공약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탈핵 공약 실현을 방해하지 마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탈핵천주교연대와 에너지정의행동이 ㈜리서치DNA에 의뢰해 지난 4월 진행한 '핵발전소와 전력정책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31.9%가 '신규 중단 및 감축', 22.3%가 '계획 중인 핵발전소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노후 핵발전소에 대해 72%가 '폐쇄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원자력공학자들의 부끄러운 성명, 학자적 양심 어디 가고 원자력산업계 나팔수 자처하는가"라고 논평했다. 이어 "갈등을 해결할 때 중요한 기준은 사익이 아니라 공익이 우선돼야 한다. 이해관계자로서 사적 이익의 감소를 우려해서 관련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탈핵 과정에서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반대로 더 안전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익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인 고리·신고리원전 반경 30㎞에는 380만 명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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