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0.2~1.25m 가량 보 수위 낮추기로…환경단체 "미흡하지만 강물 다시 흐르는 것에 의의"

1일 오후 2시, 갇혔던 강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창녕함안보에 모인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수문을 지켜봤다. 가동보 아래로 물이 솟구치면서 잔잔했던 낙동강은 출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강·은·흘·러·야·한·다'고 쓴 펼침막을 들고 환호했다.

이날 전국 4대 강 보 16개 중 6곳 수문이 상시 개방에 들어갔다. 이날 수문이 열린 곳은 낙동강 강정고령보(1.25m)·합천창녕보(1m)·창녕함안보(0.2m), 금강 공주보(0.2m), 영산강 죽산보(1m)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4대 강 상시 개방 방침에 따라 정부가 1단계로 내린 높이는 0.2~1.25m, 환경단체는 "녹조문제 해결대책으로 미흡하다"고 비판해왔으나 강물이 다시 흐르는 첫발을 뗀 데 의미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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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낙동강 창녕·함안보 수문이 열렸다. 이날 낙동강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이 '강은 흘러야 한다'는 피켓을 들고 수문 상시개방을 환영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이날 수문이 열리기에 앞서 함안보에는 지난 2006년부터 11년 동안 '한반도 대운하'와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맞서 싸워온 이들은 보 개방 환영과 생명의 강으로 가꾸는 활동을 다짐하는 행사를 열었다.

차윤재 낙동강경남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참 기쁜 날이지만 마냥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어정쩡하다"며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는 날, 가로막혔던 수문 열리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를 이끌었던 이경희 대표는 지난 2010년 이환문 경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4대 강 사업을 반대하며 함안보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였던 것을 언급하며 "이제 시작이다. 4대 강 파괴의 역사를 잊으면 생명의 미래는 없다. 인간의 횡포를 멈추게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생명 회복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만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본부 의장, 나대활 경북 구미YMCA 사무총장, 박창균·백남해 천주교 신부, 자흥 불교평화연대 스님, 허정도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대표,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박미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장, 여영국 정의당 도의원과 노창섭 창원시의원, 한은정 민주당 창원시의원도 참석했다.


특히 낙동강과 더불어 생계를 잇는 농민과 어민도 참석했다. 경북 고령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은 "2012년 합천보에 담수를 시작했는데 지난 6년 동안 수박명품단지는 처참하게 변했다. 복원과정에서 옛 명성대로 수박단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령지역은 보 건설 이후 대표적인 침수 피해지역이다.

한희섭 한국어촌사랑협회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낙동강 어민을 보고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할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히고 소득이 많았다"며 "어민 시선으로 본 4대 강 사업은 재앙 수준이다. 하류에 퇴적층 뻘이 차면서 고기가 살 수 없게 됐다. 보 철거될 때까지 힘을 보태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낙동강이 생명의 강이 될 때까지 시민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경북에서 부산까지 모래가 강바닥을 채우고 깊은 물, 얕은 물이 골고루 만들어져 1300만 영남주민의 식수가 맑게 흐르고, 그 물로 농민은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며, 흰수마자·잉어·가물치·귀이빨대칭이·동자개·장어·게·재첩이 공생하며 수달·너구리·족제비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강에서 어민이 그물을 힘차게 내던지는 그날까지 생명줄 낙동강을 지키고 되살리는 실천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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