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은혜 으뜸가는 소리로 보답해야죠”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 민족의 전통음악인데도 매우 생소하고, 쉽게 접하기도 어렵다. 바로 국악 이야기다. 2012년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국악소녀' 송소희의 등장으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국악은 생소하고 낯선 장르다. 아이돌 가수나 케이팝(K-POP)보다는 TV 프로그램 <국악한마당>을 더 좋아하는 고교생이 있다. 예술고도 아닌 특성화고에 다니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 장르인 국악에 심취해 명창을 꿈꾸는 사천여고 조성아(1년) 양. 그를 '청소년 드림스타' 세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한 소리

조성아 양은 사천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 권유로 국악학원에 다니면서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노래를 잘한다는 소릴 곧잘 듣긴 했지만 어린 나이에 소리를 배운다는 건 쉽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이 미술이나 영어 등 보습학원에 다닐 때 조 양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국악 학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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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아 사천여고 학생. / 박일호 기자

"친구들이 동요를 부를 때 (저는) 수궁가나 춘향가를 불렀어요. 지금 생각해도 웃음만 납니다. 소리를 좋아하는 엄마의 권유로 소리에 입문했는데, 처음 학원에 갔을 때부터 흥미를 느껴 지금껏 해오고 있어요."

판소리에 소질이 있다는 주변 이야기만 믿고 국악 입문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보기 좋게 물을 먹었다.

하지만, 2010년 전국국악경연대회 장려상 입상 이후 2013년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 청소년부 장원 등 판소리 부문에서만 15개 상을 휩쓸며 명창으로서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또, 2013년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도 장원에 입상하는 등 민요 부문에서도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처럼만 노력한다면 좋은 소리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국악을 배운다는 티를 잘 내지 않지만, 중학생 시절 학교 축제 때 전교생이 모인 앞에서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어려움 따르는 소리 수업

이전 국악 신동이 선천적 재능에 기인했다면 요즘 국악 신동은 타고난 재능은 물론 후천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소리를 배우는 데는 금전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국악은 소리를 뽑아내는 것 이외에 북, 장구, 해금 등 기본적인 악기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악기까지 제대로 배우려면 한 달에 수백만 원이 넘는 수업료를 내야 한다.

조 양이 각종 대회에서 받는 상금을 학원비에 보태기도 하지만 상금이 10만~20만 원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거기에다 벌당 100만 원이 넘는 대회 출전용 한복도 개인이 직접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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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아 사천여고 학생. / 박일호 기자

조 양의 집은 넉넉한 가정 형편은 아니다.

조 양 어머니는 사천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학원 수업이 없는 날엔 엄마 미용실을 찾아 함께 퇴근할 정도로 엄마와 사이도 각별하다.

판소리 기대주로 각광받는 조 양이지만, 한때 소리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그런 그가 마음을 다잡은 건 바로 선생님과 엄마의 응원 덕이었다.

"소리 공부가 힘들고 미래가 불투명해 보여 친구들처럼 직업교육을 받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소리꾼으로서 커가는 저를 응원해 준 담임 선생님과 엄마의 응원 덕에 다시 소리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창이 꿈

조 양의 담임인 김혜연 교사는 열심히 조 양을 응원하고 있다.

"반에서 총무부장을 맡을 만큼 책임감 있는 학생입니다. 대한민국 최고 명창이 되겠다는 성아의 꿈을 응원하고자 '청소년 드림스타' 문을 두드리게 됐어요."

자신과 싸움에 비유되는 소리 공부는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처음 소리를 배울 때는 9명이 함께 공부했지만, 지금까지 소리꾼의 꿈을 키우는 건 조 양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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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아 사천여고 학생. / 박일호 기자

또, 여름·겨울 방학마다 지리산 인근의 계곡을 찾아 소위 '산공부'도 해야 한다.

여름은 그나마 낫지만 겨울은 지옥훈련을 연상케 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조 양 롤모델은 국보급 소리꾼으로 불리는 김수연 명창이다. 김 명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전수 조교이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겸임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이다.

"유튜브를 통해 김 명창 소리를 수백 번은 본 것 같아요. 독보적인 소리를 따라 하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언젠가 함께 무대에 서보는 게 소원이에요."

조 양 꿈은 우리나라 최고 명창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면 한 번도 좋은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엄마에게 멋진 집을 선물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청소년 드림스타'에 선정된 조 양에게는 경남은행에서 장학금 500만 원을 지원한다.

장학금을 어디에 쓰고 싶으냐고 물었다.

"제가 한복이 한 벌밖에 없어요. 대회 출전용 한복을 사는 데 쓰고 싶어요."

언젠가 '명창' 반열에 올라 지금을 회상하며 다시 인터뷰할 조 양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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