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CEO] (19) 권순옥 장승포농협 조합장
장날 연상케 하는 아침장 기획 하나로마트 연매출 300억 견인
금융혜택 늘려 우량 조합원 확대 조선업·신용사업 위기 대처
요양병원·장례식장 건립 목표 '농업정책 관심 증가'노력도

현재를 일구는 것이 농협 직원이라면, CEO인 조합장은 한발 앞선 미래 경영이 주문된다. 경실련 활동, 열린우리당 거제지구당 창당준비위원장, 3·4대 거제시의원 이력이 있는 권순옥(63) 거제 장승포농협 조합장은 '급진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우려와 기대 속에 2010년 12대 조합장으로 취임했다. 다양한 시도로 안팎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냈고, 2015년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조합원 신뢰를 다시금 얻었다. 권 조합장은 84% 압도적인 득표로 제13대 조합장에 재임했다. 다양한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벤치마킹 1번지

도시형 농협인 장승포농협의 대표 경제사업은 하나로마트 운영이다. 장승포농협의 하나로마트 연매출은 약 300억 원으로 중소도시에서는 큰 규모다. 경기 침체 여파로 경남 전체 하나로마트 매출은 줄었지만 장승포농협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5%가량 신장했다. 장승포농협 관할 지역 인구는 빠지고 있고 인근에는 롯데마트와 축협, GS마트가 있다.

"농촌에는 더 이익이 남아야 하고, 소비자에게는 더 싸고 좋은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원칙 하나입니다. 차별화된 마케팅은 월·수·금 오전 9시부터 딱 한 시간 진행하는 아침장 행사입니다. 시장처럼 바닥에서 새벽 공판장에서 사들인 팔딱팔딱 뛰는 생선과 갓 수확한 채소를 판매하는 거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북적북적합니다."

오전 오픈 1시간 매출은 평소 40만~50만 원에 불과하다. 아침장이 열리면 한 시간 동안 본점 기준 600만 원까지 매출액이 올라간다.

아침장을 벤치마킹하는 농협 하나로마트도 늘고 있다. 장승포농협은 2014년 하나로마트 매출 200억 달성 후 2016년 하나로마트 300억 원 매출달성탑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조합원 생일상 택배 서비스 역시 벤치마킹한 지역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장승포농협 권순옥 조합장. 권 조합장은 장승포농협 본점 종합청사 신축 등 굵직굵직한 공약 이행으로 조합원 신뢰를 높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연체율 0.6% 비결

권 조합장 취임 후 하나로마트 아주점 신축, 장승포농협 본점 종합청사 신축, 2014년·2015년 종합업적 최우수상 수상, 2015년 하나로마트 경영대상 수상, 2016년 종합업적평가 도시형 2그룹 2위 수상 등 눈에 띄는 성과로 조합원 신뢰는 점차 높아졌다. 2010년 취임 당시 1200명이던 조합원 수는 자격 박탈과 자연 감소(사망)로 총 200명이 줄었음에도 현재 약 1700명으로 늘었다.

거제 대표산업인 조선업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불황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옥포·능포·장승포·아주를 관할하는 장승포농협 신용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용사업 중 카드·대출부문 연체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권 조합장 표정에는 여유가 넘친다.

"작년 말 연체율은 0.25%였지만, 현재 0.6%까지 늘었습니다. 아직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지역 내 타 농협은 연체율이 3%까지 오른 곳도 있습니다. 장승포농협은 3년 전부터 거제시 불황에 대비해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지역 대표사업인 만큼 조선 산업 패턴과 유가 변동상황을 늘 체크하고 있습니다."

권순옥 장승포농협 조합장./김구연 기자

자세한 설명은 이렇다.

"농협은 제2금융기관으로 제1금융기관보다 대출 이자가 높습니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할 자격이 되는 우량고객은 대출이자가 낮은 제1금융기관만 기웃하게 됩니다. 영업 비밀상 금리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장승포농협은 현재 제1금융기관과 이자율을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우량 조합원이 농협 문턱을 넘도록 한 거죠. 대신 수신(예금) 이자도 낮기 때문에 수신 증가율이 낮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합원 금융 혜택을 늘려 이자를 싸게 받아도 손해 보지 않을 요건을 넓혔기 때문에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거제 조선업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경기에도 연체율이 1%를 넘지 않는 비결입니다."

권 조합장은 오히려 지점 목표가 정해진 저신용 저소득 시민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보증부 서민대출인 '햇살론' 가입률이 저조한 것이 고민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권 조합장의 재선 공약은 요양병원과 장례식장 건립이다.

"농촌 지역에서 65세 이상이 70%를 차지하고, 90%가 농협 조합원입니다. 요양병원이 인구가 많은 곳에 집중돼 있다 보니 조합원이 아프고 힘이 없어졌을 때 평생 살았던 마을을 떠나 도시로 요양을 가는 형국입니다. 이를 정부 지원을 통해 요양원 설립과 운영을 농협에서 맡으면 지역 내 조합원에게 고루고루 혜택이 갈 것이란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요양병원건물 설계까지 진행했지만 복지법인 설립과 운영 방법에서 막히고 있다. 농협중앙위원회를 통해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권 조합장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 농업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농민신문〉 보급에 앞장서고, 지역 내 초등학교에 '농부학교' 운영을 지원하는 이유다.

"농업은 국가 전략 산업임이 분명한데도 산업화하면서 농정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습니다. 쌀 외에는 자급률이 20%밖에 되질 않습니다. 농민이 대접받지 못하고, 농업정책이 후퇴하고, 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현 상황에서 농협의 역할은 조합원만 보살피는 일에 국한되면 안 됩니다. 미래인 아이들에게 농업을 친근하게 알리는 데 농협 지원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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