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현장의 애로 사항을 듣겠다며 주최한 소상공인 간담회가 하나 마나 한 행사가 돼버린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애초 참석기로 돼 있던 류순현 도지사 권한대행은 석연찮은 이유로 진주로 가버리고, 관계기관을 대표해 참석한 이들은 성의없는 답변만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경남도가 이런 행태이면 앞날이 암담할 뿐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남을 대표하는 소상공인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소상공인들은 당연히 애로 사항을 전달하고 함께 대책을 논의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도지사 권한대행은 행사 당일 아침에 불참을 통보하고, 대통령 부인의 진주 방문 행사에 참석했다. 때가 때인 만큼 대통령 부인에게 더 무게를 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권한대행이긴 하지만 도지사로서 영접하는 것은 사리에 맞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의 힘이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라면 이 정부는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 국민은 그런 것을 적폐로 규정하고 일신할 것을 요구하며 정권교체에 한 표를 행사했던 것이다. 도지사 권한대행이라면 그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의연히 경남도 안의 일부터 챙기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대통령 부인에게 제대로 경남도를 각인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혹여 개인적 영달을 위해 달려갔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권한대행직을 버리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다.

이날 자리한 관계기관 대표들의 부실한 태도도 문제다. '검토하겠다' '협의해 나가겠다'는 말들만 늘어놓은 것은 애초 간담회에 필요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소상공인의 생존 문제는 사회적 문제화된 지 오래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장악은 곧 대기업 경제 집중을 노골화한다. 이는 경제정의에 위배되므로 문재인 정부도 적극적인 소상공인 보호 대책을 공약했다. 이런 정부 정책을 모르지 않을 관계기관 대표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서는 어떤 간담회든 복장만 터질 일이다. 경남도는 산적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그것을 잘 풀자면 대통령 부인에게 잘 보이는 것으로는 안 된다. 형식적인 간담회도 안 된다. 굳건히 자기 할 일을 수행하면 알아 달라고 하지 않아도 세상이 먼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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