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만 하면 쓸만한 사람 없어
첫 단추가 중요…그게 '희망 기우제'

봄 가뭄이 심상찮다. 농민들은 목을 길게 하여 비를 기다리는데 와도 찔끔이고 그나마도 몇 주 째 감감무소식이다. 제 나라 농산물이 외면받은 지 오래고 밥심은 전설이 되어버린 것을 하늘이 알아서 답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가치가 제대로 서 있고 제 땅에서 나는 것을 소중히 알아야 하늘 보고 삿대질이라도 할 터인데 그 살이 제 살이니 원망도 어려운 처지가 더욱 한심할 뿐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국민은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했다. 대선 기간 내내 후보마다 나라의 문제점을 들추어내고 대통령이 되면 잘 풀어내리라는 다짐들이 난무했더랬다. 생판 뭘 모르는 무지렁이도 아니고 나라님 되리라고 나선 분들의 말씀이니 전 국민의 귀가 솔깃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날씨 가뭄에 정치 가뭄도 한심한 지경이다. 인사청문회만 하면 정작 쓸만한 사람이 없으니 이는 날씨 가뭄에 견줄 바가 아니다. 하늘이 무단히 가문 것이 아닌 것이다.

신 정권이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비롯하여 주요 인사들을 등용하기로 발표했을 때 언론은 잘한 인사라고 했고 국민도 신선하게 여겼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대로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웬걸, 국회 청문에서 드러난 인물들은 한결같이 함량 미달이었다. 검증을 해야 할 언론은 뭘 했는지, 그런 인물을 등용하려고 한 이 정부가 정말 새로운 시대를 열 염량은 있기나 한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것이다.

새 정부의 인물들마저 이 지경이면 우리가 살았던 사회는 기회주의와 몰염치의 사회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혹여 법망이 너무 촘촘하여 도무지 정상적으로는 살 수 없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기회가 누구에게나 온다는 걸 믿는 사람은 없다. 거의 전 국민이 기회가 와도 그물망을 벗어날 수 있어도 애초에 할 생각도 못하고들 산다.

하늘이 두렵다. 문재인 정부는 가뭄 대책도 내 놓아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한다.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개 부문에 문제가 있는 인사를 등용치 않겠다고 했으면 지키는 것이 순리이다. 다른 기준을 들이대고 양해를 구하는 것은 뒷날 자신을 옭아매는 또 다른 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옛날에 왕의 상징으로 금척이라는 것이 있었다. 금척으로 법도를 세웠다. 금척이 늘었다 줄었다 해서는 영이 서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는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질 수 없다는 것이 금척의 교훈이다.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내 입맛보다 국민 입맛을 더 고려한다면 아직도 희망은 있을 것이다.

이순수 소설가.jpg

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는 경찰이 집을 구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이유인즉슨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기숙형 중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자기가 사는 곳은 해당지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군 단위에서는 인구대책 때문에 주민등록만 옮겨 놓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주소만 옮겨 놓아도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법을 지키는 경찰이 그럴 수 없다며 정상적으로 살고 싶다는 답을 했다. 나는 그렇게 권했던 사실이 지금도 부끄럽거니와 정상적으로 살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문재인 정부가 잘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고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그것이 전 국민이 원하는 희망의 기우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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