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대기업들이 이젠 국민의 이목은 안중에도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벌·대기업에 대한 철저한 법적 규제와 더불어 시장 질서를 지키면서 공정거래를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산업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대기업들이 관행적으로 행해오던 내부거래에 사회적 비판이 커지자 최근 4년 동안 10대 그룹의 국내 내부거래는 양적으로 줄었다. 하지만 해외계열사들 사이의 내부거래는 같은 기간 동안 48조나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일감은 줄어들면서 고용인력 역시 크게 줄었고 삼성전자는 5000명 이상이 감소했다. 국내 일자리나 내수시장에 대한 고려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충실한 재벌·대기업의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 물론 그들의 행태를 단지 애국과 매국의 잣대로 들이대는 건 시대에 걸맞지 않다. 그들에게도 그들의 변명논리나 입장이 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재벌·대기업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과 이윤이 있다면 국가가 초과분만큼의 몫을 거둬들여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산업정책을 펼치는 게 정상이다. 재벌·대기업들에 양심과 도덕을 운운하기 이전에 대기업과 시장에서 경쟁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들에 우선적인 혜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경쟁하려는 중소기업이 과연 얼마나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미래 성장산업에선 중소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신성장 산업에는 중소기업이 주축 역할을 하는 게 산업생태계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중소·중견기업들이 현재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자금이나 기술력의 부족뿐만 아니라 고급인력마저도 대기업에 치중된 현재의 경제구조에서 아무리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최고경영자가 있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대기업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기업의 횡포를 막으려면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법·제도 이전에 대항마부터 키우고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에 맞설 수 있는 중소기업 육성책이 필요하다. 즉 산업정책은 단순한 금전지원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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