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광주 전시장에 내걸린 홍성담 작 '세월오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입을 연 2013년 개봉작 <변호인> 주연배우 송강호.

#삼성미술관 리움, 올해 기획전시 전면 취소.

열흘 전쯤 삼성미술관 리움(서울 한남동)에 갔다. 가기에 앞서 한 큐레이터로부터 리움 사정을 들어야 했다. 오너(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 구속되어 분위기가 아주 좋지 않다는 점, 학예사가 기자들을 만나기 꺼리며 올해 준비한 전시가 모두 취소됐다고 알렸다.

광주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외압으로 공개하지 못한 홍성담 작가 작품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됐다. '세월오월'은 2014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전화 한 통으로 전시장 밖으로 내몰렸던 그림이다.

최근 영화배우 송강호 씨가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한 방송사 뉴스에 출연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한 것은 소문만으로도 블랙리스트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작품 선택할 때 자기 검열을 해야 했던 수많은 예술가는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변호인>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역할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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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밝힌 일들은 지난 4~5년간 문화예술계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심하게 위축됐고 자기 검열에 시달렸을 예술인의 고통을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며칠 전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만난 작가를 잊을 수 없다. 29살인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관객 앞에 서서 수줍어했다. 하지만 그의 다짐은 만만치 않았다. "앞으로 신문 작업(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을 습관으로 만들 것이다. 사회 부조리에 스스로 눈을 감지 않겠다는 나의 약속이다"고 말했다.

거리마다 '장미'다. 만발한 꽃처럼 달라질 문화예술계가 기다려진다. 그들을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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