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라테 아트 챔피언십 출전
이정석 바리스타 인지도 높아
학창 시절 비보이 댄서 활동
"움직임 반복하는 성취감 비슷"

커피 위에 우유로 그려진 하트 하나.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에다,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커피와 우유를 이용한 그림, 라테 아트(LATTE ART)다. 세계 라테 아트 대회에 출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라테 아트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고자 이정석(34) 바리스타가 지난해 말 창원 봉림동에 텍스처 크루 커피 랩(Texture Crew Coffee Lab) 문을 열었다.

이 씨는 라테 아트계에서는 알려진 인물. 지난 2012년, 2013년 2년 연속으로 미국 '커피 페스트(Coffee fest)'에 출전했다. '커피 페스트'는 세계적인 라테 아트 챔피언십 대회다. 64명이 토너먼트로 경쟁해서 우승자를 가린다. 이정석 바리스타는 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이 대회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에는 한국인 출전이 드물어서 출전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고. 대회 이후 2014년부터 서울 라밀커피에서 라테아트 강사로, 에스프레소 머신·그라인더 머신 수리 일 등을 3년 넘게 했다. 그러다 최근 자신만의 커피 세계를 보여주고자 커피를 판매하고 교육하는 랩을 열게 됐다.

이정석 바리스타가 만든 라테 아트./우귀화 기자

'텍스처 크루 커피 랩'. 길고 어려운 이름이다. 그는 질감(텍스처)을 보여주는 커피를 선보이고자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예전부터 자신을 잘 알고, 함께했던 동생이 지어줬다. 그는 "라테 아트는 눈으로 마시는 커피다. 그래서 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댄서로 활동했던 동생이 제안했다. 댄스팀 이름에 '크루'를 많이 붙인다"고 말했다.

춤을 췄던 바리스타라니. 커피 입문기가 흥미롭다. 이 씨는 중학교 2학년부터 비보이 댄서로 활동했다. 무려 12년가량 바닥에 머리를 두고 몸을 돌리는 춤을 췄다. 전국을 다니며 유명 연예인의 첫 무대, 마지막 무대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공연을 했다. 20대 중반에 이르러서 체력에 한계를 느꼈다. 몸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잠시 쉬다 어머니, 누나와 함께 커피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지금은 달라졌지만, 예전에 비보이 댄서로 활동한 사람들은 보호 장구도 없이 춤을 췄다. 그러다 보니 관절에 무리가 가서 몸이 안좋은 댄서가 많다. 새로운 일을 고민하다 창원에서 창업을 하는 어머니, 누나와 함께 커피 일을 했는데, 적성에 맞았다"고 말했다.

몸으로 땀 흘리며 반복해서 노력하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일. 춤과 라테 아트의 공통점이었다고. 6분의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 일과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연습하는 일은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

이정석 바리스타./우귀화 기자

끊임없이 커피잔에 우유로 그림을 그렸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독학을 했다. 2009년 처음 커피 일을 시작한 그는 '커피 위에 그림을 그린 커피는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자 했다고. 라테 아트 그림도 남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제작했다. 커피 한 잔에 나뭇잎 10개까지 그려넣었다. 그러면서 사촌 동생의 권유로 미국 '커피 페스트' 에도 출전하고, 서울에서 커피 교육 일까지 하게 됐다.

이정석 바리스타는 라테 아트를 잘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에스프레소를 완벽하게 추출해야 하고, 두 번째는 여기에 우유 거품을 잘 만들어서(벨벳 밀크) 파스텔 물감처럼 잘 풀어야 한다는 것. 우유 온도는 60∼70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우유 온도가 너무 낮으면 크레마(crema·에스프레소 상부에 갈색 빛을 띠는 크림)가 깨지고, 너무 높으면 그림이 덩어리째 나와서 망치게 된다고. 세 번째는 붓는 테크닉이 중요하다고.

그가 만든 카페라테를 맛봤다. 눈앞에서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커피 퍼포먼스를 보는 느낌이다. 넘칠 듯한 커피 위에 그려진 하트 그림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우유와 커피가 제대로 어우러졌다.

창원 봉림동 '텍스처 크루 커피 랩' 내부./우귀화 기자

그는 한때 오른 손과 어깨가 좋지 않아서 커피를 그만두려고 생각했다. 1년 반 전의 일이다. 어깨를 많이 쓰는 라테 아트 일을 그만두라는 의사의 권고를 따르고자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만류했다. 다시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오른 손이 아니라 왼손으로 라테 아트를 시도했다. 오른손만큼은 아니지만, 익숙해지니 제법 괜찮았다. 지금은 왼손으로 라테 아트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그는 "제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라테 아트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 앞으로 다시 대회 출전도 해 볼 생각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제가 아는 유명 바리스타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도 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29일 오후에는 가게에서 처음으로 라테아트 대회도 열었다. 창원, 부산, 울산, 서울 등에서 바리스타 30여 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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