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동구밖 생태·역사교실] (4) 의령·거제
곽재우 생가 잔디밭 뛰어 놀며 말과 북·그네 등 장군 흔적 체험
독립운동가 안희제 생가에서는 미로처럼 얽힌 방 들여다보기도
어촌민요 배우고 해저 탐험 학동·와현해수욕장 각각 찾아

역사탐방 의령 안희제 생가~곽재우 생가~정암루

5월 역사탐방은 20일 의령으로 향했다. 대산·여수룬·회원한솔·옹달샘·마산상남 지역아동센터가 함께했다. 의령은 창원 가까이 있고 또 식구들과 나들이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하지만 탐방을 떠나는 아이들 대부분에게 의령은 낯선 고장이다. 통영이나 거제처럼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곳곳에 누리고 즐길 데가 많다는 것을 아이는 물론 어른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오전에 찾은 곳은 곽재우 생가와 안희제 생가다. 곽재우는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누군지 아느냐 물었더니 "홍의장군 곽재우요!!" 여기저기서 답이 돌아온다. 반면 백산 안희제를 물었더니 "누구예요?" 그런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곽재우 생가 마당 우물을 함께 살펴보는 아이들.

곽재우 생가 사랑채 마당에 들어서자 잘 가꾼 잔디가 때 이른 더위를 식혀주며 정겹게 맞는다. 마루에 걸터앉아 세상 편한 자세로 아이들과 함께 곽재우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엇을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은 고리타분하다. 얼마나 누리고 즐기면서 새기느냐가 훨씬 더 의미가 있다.

생가 앞 너른 광장에는 말과 북과 그네가 놓여 있다. 북은 곽재우 장군이 임진왜란 때 최초 의병을 일으킬 때 사람들 불러모으려고 썼다는 데에 착안해 마련했지 싶다. 신나게 뛰어놀기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하지만 마음껏 북을 칠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북을 울리면 마을에서 키우는 소들이 놀라 유산을 하기 때문이란다.

백미는 생가 앞 은행나무와 마을 들머리 현고수를 둘러보는 일이다. 현고수는 곽재우가 전쟁을 맞아 북(鼓)을 매달았던(懸) 느티나무(樹)다. "우리는 곽재우 장군을 본 적이 없지만 이 나무들은 곽재우 장군을 직접 봤단다." 이러면 아이들 관심이 급 높아진다. 나무 둘레를 감싸고 있는 짚으로 엮은 띠가 뭐예요? 불룩 혹같이 튀어나온 것이 뭐예요? 나무가 몇 살이에요? 질문도 많아진다. 아이들 관심은 이처럼 아주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

아이들이 현고수 느티나무를 둘러서서 몇 아름이나 되는지 알아보고 있다.

다음은 안희제 생가를 둘러볼 차례다. 생가가 문화재로 지정된 까닭을 대부분 백산 안희제 선생이 훌륭한 독립운동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아이들은 미로처럼 만들어진 방도 돌아보고 다락방에도 올라가본다. 이런 구조가 안희제 선생의 독립운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에도 무척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 방이 많고 복잡해 숨고 감추기 안성맞춤인 것이다.

의령에는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 생가가 있지만 우리는 가지 않는다고 했더니 왜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삼성은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하지만 안희제 선생은 돈을 가치있게 쓴 분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점심을 먹고는 정암루에 들러 곽재우의 정암진 전투와 솥바위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솥바위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어했다. 솥바위를 배경으로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댄다. 한 사람도 찾는 이가 없었던 곽재우·안희제 생가와 달리 이병철 생가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세상 인심은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정암진과 정암철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암루에 함께 올랐다.

생태체험 거제 거제조선해양문화관~와현·학동해수욕장

거제는 어업이 성한 고장이다. 따뜻한 난류와 차가운 한류가 거제 일대 바다에서 뒤섞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바닷물에 사는 물고기도 잡히고 차가운 바닷물에 사는 물고기도 잡힌다.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어촌민속전시관을 찾는 까닭이다. 여기서 미션 수행을 통해 거제 바다에서 나는 여러 물고기들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쥐꼬리 장학금이 걸려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미션을 푸는 것이 그 때문만은 아니다. 전시가 나름 짜임새가 있어서 아이들이 충분히 재미있어 한다. 바다에서 험한 일을 해야지 생계를 꾸릴 수 있었던 사람들이 타고 다녔던 옛날 배라든지 고기 잡는 방법,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함께 불렀던 어촌 민요들도 알아볼 수 있었다.

몽돌해수욕장에서 나쁜 버릇을 버리는 심정으로 몽돌 던지기를 하고 있다.

이어 본관으로 옮겨가 4D 영상으로 바닷속 해저 탐험을 한다. 화면 속 캐릭터들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바라보는 사람들을 화면이 빨아들이기도 한다. 앉은 자리까지 상황에 맞추어 흔들리도록 되어 있어 충분히 실감을 할 수 있었다. 좀전에 전시관에서 보았던 졸복·까치복과 다른 여러 생물들이 다가오자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뻗어 잡으려고 애를 썼다.

열심히 공부했으니 점심 먹은 다음에는 열심히 놀아야 한다. 5월 20일 생태체험에서 웅동·자은지역아동센터는 학동해수욕장으로 가고 이동·동부·햇살경화는 와현해수욕장으로 갔다. 와현해수욕장에는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학동해수욕장에는 둥근 몽돌이 깔려 있다.

학동에서는 몽돌 던지기와 돌탑 쌓기를 했다. 버리고 싶은 나쁜 버릇이 있으면 그것들을 생각하며 힘껏 던져보라고 했다. 바람이 솔솔 시원하게 불어오는데도 땀까지 흘리면서 다들 되풀이 팔매질을 한다. 돌탑 쌓기를 할 때는 이루고 싶은 무언가를 저마다 생각하면서 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쌓아올린 몽돌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소원이고 희망이었다.

와현에서는 센터별로 3명씩 뽑아 이어달리기를 했다. 달리는 거리를 길게 할 수 없었기에 경기는 금세 끝났다. 하지만 센터별로 응원하고 내달리는 열기는 뜨거웠다. 이어 모래 쌓기를 했다. 성도 쌓고 길도 내고 방도 정원도 만들고 조가비나 조약돌로 장식도 했다. 쥐꼬리장학금은 작품은 단순했어도 설명이 생기발랄했던 '사랑의 활화산'에게 돌아갔다.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어촌민속전시관을 둘러보며 미션을 수행하는 아이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오늘 하루 무엇을 누리고 즐겼는지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머리에 담은 것보다 몸에다 새긴 것이 더 뜻깊고 오래 가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 선생님들은 오늘처럼 재미있게 지낸 적이 없다고 하고 아이들은 다음에 언제 또 만나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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