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도 횡행했던 온갖 폐단 고백
'닭 모이'에 비유한 교사 대접 자괴감

적폐.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을 이르는 말이다. 폐단은 어떤 행동이나 일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이나 해로운 요소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적폐 청산이란 오랫동안 쌓여 온 온갖 폐단이나 해로운 요소를 깨끗이 정리하여 결말을 짓는 것이다.

적폐는 멀리 중앙 정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게도 있고, 우리 주변에도 있다. 주로 욕심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필자가 속해 있는 교육계 안팎에서 살펴본 적폐 사례들은 이렇다. 아주 오래전 초임 발령받아 근무했던 학교에서부터 최근에 근무했던 학교까지 어떤 적폐들과 맞닥뜨렸는지 고백해 본다.

신설 학교에서 겪었던 일이다. 땀을 흘린 아이들이 그늘 찾아 뛰어간 운동장 주변에는 동백나무가 여러 그루 서 있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교장 선생님 농장에서 가져온 동백나무였다. 수백 년은 자라야 겨우 그늘을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1990년대 초의 일이다. 그 무렵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수없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어떤 교장 선생님은 학교 숙직실에 있는 선풍기를 자기 집으로 들고 가버리기도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체육복을 요구하기도 했고, 운동 기구를 자기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교사들을 다른 곳으로 전출시키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어떤 교장 선생님은 교직원 또는 다른 사람의 관혼상제에 찾아가 학교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쓰는 일도 있었다.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었다. 출장비 전횡도 꽤 많았다. 교직원 전체에게 배정된 출장비를 교장이 마구 써버리는 경우였다. 어디로 출장을 갔는지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데 출장비는 지출된 사례다. 최근에도 이런 관행은 일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특별한(?) 관리자가 학교를 장악하고 있는 경우에 나타나는 적폐 현상의 한 사례다.

승진 점수를 따려고 벌이는 적폐들도 무수히 많다. 대표적인 사례는 교육의 본질을 도외시한 연구·시범학교 운영이다. 교육부 또는 도교육청 지정 연구·시범학교를 운영하면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딸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에 많은 학교가 기를 쓰고 유치 작전에 돌입한다. 거부하면 역적으로 몰려 따돌림당하는 수도 있어 대부분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시범학교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다 쓰지 못해 전체 교사들에게 체육복을 사서 돌린 적도 있었다. 지금은 최소한의 경우에 한해 운영하게 되어 있고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장치를 만들어 예전 같은 적폐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스승의 날에 '용궁 밥상'을 대접 받은 적도 있다. 온갖 산해진미가 다 나오는 특급 밥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부 학부모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교사들을 극진히 대접하기도 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들은 이야기 때문에 기함을 했었다. 스승의 날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이었다. 몇몇 학부모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는데, 이런 말들이 오갔었다.

"이제 닭 모이 주는 것 끝나서 속이 시원하네." 교사들 대접하는 자리를 닭에게 모이 주는 것으로 비유했던 것이다. 소풍갈 때도 수학여행 갈 때도 그 모이는 계속 공급됐다. '내가 이러려고 교사가 되었나'라는 자괴감이 온몸을 엄습해 왔다.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없었더라면 사표를 썼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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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이제 위에서 열거한 교육계 적폐 사례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관리자들도 변했고 선생님과 학부모들도 변했다. 아주 바람직한 변화들이다. 꾸준한 개혁과 혁신의 결과다.

교육계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계 모두에서 오래된 적폐들이 깨끗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내 자식과 우리 아이들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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