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이하 젊은 작가들 '삶의 부조리' 작품으로 풀어내

"박근혜 전 대통령 모습이 담긴 신문 작업은 어쩌면 직설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습관처럼 계속할 것이다. 비겁하게 눈감지 않겠다는 스스로 다짐이다." 한소현 작가가 말했다.

"창원은 젊은 작가들이 활동하기에 인프라가 약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작업을 이어나간다. 습기 가득 찬 창원의 반지하 작업실을 밖으로 꺼냈다. 바로 소통이다." 장건율 기획자의 설명이다.

성공이 곧 꿈인 우리 사회의 맹목적 태도를 되돌아보자는 '2017창원아시아미술제:옴의 법칙'이 저항에 따라 빛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법칙대로 젊은 예술인을 반짝 빛나게 했다.

지난 25일 창원아시아미술제가 개막했다. 30세 이하 '젊은' 작가들이 삶의 부조리를 실험적이고 끈기있는 작품으로 풀어냈다. 뒤로 물러서기보다 먼저 한 발 내디뎠다.

'자유회관 예술을 맞이하다'에 참여한 심은영 작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탱크에 옷을 입혔다.

창원 성산아트홀 1전시실로 들어서자 커다란 고봉밥 사진이 내걸려 있다. 막 점심을 먹었다는 최라윤 작가는 밥과 국, 반주로 들이켠 막걸리를 식탁 위에 그대로 두었다. 뒤편 모니터에서는 옥상에서 한 끼 식사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흘러나온다. 투쟁의 마지막 장소가 되는 옥상에서 서로 밥을 나눠 먹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작가는 현대인에게 밥이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시실 한 벽면에 '흐릿한' 조선일보가 붙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사진 밑 기사는 지워져 있다. '진정성', '진심', '사과', '사실' 등 단어 몇 개만 남아있다. 그 옆 바닥에는 소금으로 만든 하얀 글씨가 어두운 전시실을 밝힌다. 한소현 작가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당일 나는 무엇을 했나 생각했다. 당시 듣고 있었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가사를 발췌해 작업했다. 그는 소위 잘나가는 서울 동네에서 입시전쟁을 치른 자신의 재학증명서와 교복을 내걸고 우리는 언제 행복해질 수 있느냐는 물음도 내던졌다.

그들의 작업실은 톡톡 튀었다. 영감을 주는 다양한 장난감들이 반지하 작업실을 쾌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제습제가 가득하고 달팽이가 사는 눅눅한 작업실은 마치 젊은 예술가의 자화상이자 거울과도 같아 현실을 그대로 마주 보게 했다. 그럼에도 작업은 이어진다. 창원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진득하고 끈기있게 그림을 그린다. 김벼숭, 박준우, 박지영, 방상환, 이성륙 등 10여 명은 작품으로 4~5전시실을 가득 메웠다.

한소현 작 'City of the Blind'. 한 작가는 조선일보에 실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사 중 '진정성', '진심', '사과', '사실' 등 단어 몇 개를 빼고 지웠다.

이번 전시는 사진,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평면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트렌디(유행, 추세)'함을 뽐냈다. 하지만 부가적인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작품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동선은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이에 대해 김나리 기획자는 "관람 포인트는 저항이다. 직접적인 행동(1~3전시실)으로 보여주고, 자신의 일상을 끈질기게 영위하는 것(4~5전시실)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창원아시아미술제 주제와 별개로 특별전으로 꾸려진 '자유회관 예술을 맞이하다'전은 또 다른 실험장이었다.

전시실이 된 성산아트홀 맞은편 경남자유회관(한국자유총연맹 경상남도지회 운영)은 심은영, 이정희, 최수환 작가 등이 공간을 변모시켰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복도와 계단에 흘린 물감은 전시실 동선이 됐다.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휴전선 너머 어딘가 같다. 또 자유회관을 상징하는 탱크에 옷을 입혔고 복도에 전시된 북한 사진은 철조망으로 뒤덮였다.

창원지역 작가들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왔다.

기획을 맡은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자유회관 배려 덕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7명이 새로운 작업을 해냈다. 시민들이 더 편하게 자유회관을 드나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원아시아미술제는 창원미술청년작가회(회장 노은희)가 지난해부터 독립적으로 꾸려나가는 전시다.

노은희 회장은 "지난해 전시가 날 것 그대로의 청춘을 보여줬다면 올해는 이들의 저항이 어떤 불빛을 만들어내는지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6월 4일까지. 문의 010-9364-6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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