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와 시장·군수의 권력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지만 그중 으뜸은 인사권이라 할 수 있다. 경남도에는 기초단체에 없는 광역단위 공공기관이 매우 많고 그들 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은 도지사가 행사한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후 선거가 끝나면 그 자리는 마치 전리품이라도 되는 양 선거 유공자들이 꿰차고 앉는 것이 거의 공식화되다시피 했다. 즉 측근인사 내지 낙하산인사가 판을 치는 것이다.

그들 측근이 자신을 임명해준 지사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쳐 업무외적 영역까지 손을 뻗어 과잉충성을 하다 보면 부작용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홍준표 전 지사가 재임하는 동안 산하 기관장 수명이 지사 주민소환에 대항하는 성격으로 벌어진 교육감주민소환 불법 서명작업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사태를 낳은 것이 움직일 수 없는 예다.

지사 자리가 궐위되고 부지사 권한대행체제가 굴러가기 시작한 지 2개월이 다돼가지만 홍 전 지사가 임명한 기관장은 그 자리에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임기가 있기 때문에 중간에 물러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들이 홍 전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데 반해 전문성과 선명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경험이 없어 업무담임성이 약하다면 다만 한자리 차지하고 앉은 측근 이상의 값어치는 부여하기 어렵다. 지사가 공석인 채로 1년을 더 가야 하니까 그들의 자리가 안전하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홍 전 지사가 왜 그토록 의도적 술수를 부려가며 사퇴 시점을 모자이크화했는지, 그로 인해 도지사 보궐선거를 못하게 방해했는지 풀기 어려웠던 한 가닥 의문의 꼬투리를 겨우 잡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최소한 경남도의 기득권을 든든한 친권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그것이다.

임명직 기관장들을 자리보전시켜 정치적 지원군으로 남아주기를 기대한 것은 아닐까. 만일 이런 추측이 실재한다면 경남에서 발생한 공무원 선거개입이 이해되지 못할 것도 없다. 거론되는 기관장은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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