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바뀌었을 뿐인데 큰 변화 실감
호사다마 우려…화합 위한 성찰 필요

이처럼 강한 흡인력은 일찍이 없었다. 국민 88%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국정을 잘 이끌어나가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않았다. 제한적인 여론조사 결과이기는 하지만 10명 중 9명 정도는 새 정부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 형성된 것이다. 문재인 블랙홀의 현주소다.

취임 20여 일이 흘러가는 동안 눈뜨면 터져 나오는 껍데기 깨진다는 소식들이 현란하기까지 하고 전에는 구경하기 쉽지 않던 친서민적 행보가 가감 없이 펼쳐진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박수갈채와 예찬론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고 기대심리는 가을 하늘처럼 높다. 대통령 한 사람 달라졌을 뿐인데 모든 것이 전과는 너무나 달라 현기증이 날 정도다. 적어도 아직은 그런 놀라운 발견을 통해 비로소 살맛 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자신해도 좋다.

적어도란 말을 두 번이나 썼다. 별로 길지도 않은 사이 별안간에 달라진 정치환경과 또 그로써 체감된 추스르기 힘겨운 감동의 파편들이 혹시라도 허공중에 부서져 내리는 변고라도 동반한다면 어찌하나 하는 노파심이 빚어낸 산물이다. 흔히 제기되는 호사다마를 두려워한 탓이다. 정치라는 게 늘 좋을 수도, 나쁘기만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좋은 일이 겹치고 찬사가 쏟아지면 그걸 시기한 나머지 불청객이 머리를 들이밀기 일쑤다. 좋으면 좋을수록 경계하고 근신할 것을 경고한 옛사람들의 자경심을 음미할 시점이 된 것이다.

벌써 인사에서 첫 징후가 드러난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무위로 돌린 야당은 대통령의 해명과 더 나아가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처지가 바뀌면 전의 일은 잊어버린다. 해본 전적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게 위장전입이다. 그만큼 보편적 상황으로 인식될 정도지만 법을 위반한 엄연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목적이 아니었다는 변명은 소용없다. 대통령이 인사룰로 정한 5대 배제원칙이 시퍼렇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명언은 언제나 어긋남이 없다. 흠이 없는 인사라야만 그 후 국책을 펴는 과정이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임은 당연하다.

국무총리뿐만이 아니다. 여러 명의 각료 후보자가 위장전입 혐의를 받는 만큼 난관을 어떻게 수습하고 내각을 구성할지 결과에 따라 새 정부의 풍향계가 모습을 달리할 것이다. 이제 냉엄한 현실 정치와 헤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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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통합은 새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다. 전 정권처럼 무소불위한 권력과는 작별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하고 어떻게 교감을 이끌어낼 것인지, 또 무엇을 어떻게 해야 시대정신을 관통해서 사회적 화합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지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축제는 끝났다는 마음가짐과 옷깃을 세우는 자기성찰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너무 빠르지 않으냐고 할지 모르나 시간이 사람을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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