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이야기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보다 심각한 고용불안과 임금차별을 받는 비정규직 문제는 틀림없이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지 비정규직 문제만이 노동자 내부 불평등의 원인이 아니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된 불편한 진실 두 가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6일 자 5면 보도

첫째, 민간대기업의 비정규직보다 하청기업의 정규직이 오히려 임금이 더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공부문 역시 같은 일을 하더라도 민간부문은 공공부문 비정규직보다 오히려 임금이 적은 경우가 많다. 임금차별은 비정규직이냐 아니냐도 있지만 원청과 하청 등 기업의 규모에 더 크게 좌우된다. 단가 후려치기 등 각종 불공정거래에 따른 원하청 착취구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령 2, 3차 하청으로 내려가면 정규직조차 시급이 최저임금 비슷한 수준이라서 초과근로 없이는 먹고살기도 어렵고, 실제로 기업주가 시급을 더 올려줄 여력도 거의 없다. 그만큼 원청에서 납품단가를 제대로 안 쳐주는 것이다.

둘째, 대기업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급 차이는 생각보다 얼마 안 된다. 기본급이 적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것 역시 정규직도 마찬가지다. 물론 비정규직은 계약만료 때마다 해고의 불안을 겪어야 하는 등 고용불안 문제가 있지만, 임금차별 문제만 생각한다면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의 원인은 기본급이나 초과근로 수당이 아니라 다음 두 가지가 훨씬 더 크다.

상여금을 포함한 성과급의 차이와 학비지원이나 복지관련 수당 등 각종 사내복지의 차이이다. 그런데 성과급은 사실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하청기업을 후려친 데 따른 초과이윤이며, 사내복지는 원래는 세금과 사회보장 부담금을 제대로 내서 국가복지나 사회보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결국, 노동자 내부의 불평등을 제대로 없애려면 단순히 비정규직 특히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만 해결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선은 하청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등 각종 불공정거래를 강력히 억제해야 한다.

특히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 실제로 상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하청단가를 계산할 때, 인건비 즉 하청 노동자의 시급을 원청의 일정수준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각종 세금과 사회보장 부담금에서 대기업의 부담을 대폭 늘려 사내복지를 국가복지와 사회보장으로 돌려야 한다. 초과이윤 환수, 법인세 최고구간 인상, 사회보장 부담금의 차등화 등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되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및 원하청 노동자 간의 임금 차이가 상당히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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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내부의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제대로 된 산별협약이다.

비정규직이나 하청 노동자들도 산별노조에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용자단체와 산별노조 간의 산별협약을 의무화하고 체결된 산별협약이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대부분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산별협약의 효력을 확장하는 것 등도 필요하다.

국가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오히려, 원하청 불공정거래 차단 및 대기업 증세와 사회보장부담금 강화, 실효성 있는 산별협약 등의 각종 제도적 장치들이다. 단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틀로만 문제를 바라봐서는 오히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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