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추방운동연합 실태 분석…적정물량·휴식시간 보장 등

한국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노동 지옥' 한국에서도 흔히 우리가 '우편배달부'라고 하는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강도는 가장 센 축에 속한다.

2016년 노동자 운동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집배 노동자 주당 노동시간은 55.9시간으로,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888시간이다. 어지간한 노동자 평균보다 연간 600시간 넘게 일하는 셈이다.

이처럼 집배 노동자들이 장시간 그리고 고된 노동에 노출된 사이 지난해 5명에 이어 올해도 벌써 3명이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별 보고 출근하고 달 보고 퇴근한다" "집배원은 죽으면 무릎부터 썩을 것이다"는 집배 노동자들의 자조 섞인 한숨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대표 김문겸·이하 산추련)이 '집배 노동자 노동환경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남지역 집배 노동자 10%에 해당하는 200명을 조사하는 게 목표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지부장 홍지욱)가 사회연대기금 1400만 원을 지원했다. 

산추련은 6월 20일까지 설문조사를 마무리하고 나서 집배 노동자의 전반적인 노동시간과 작업 강도, 직무 스트레스 등 작업환경 실태조사, 면접 조사 등도 진행해 이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적정 물량, 점심 시간과 휴식 시간 보장 등 노동기본권과 건강권 확보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집배 노동자 죽음에 대한 책임 △집배 노동자와 유사한 노동환경을 가진 노동자(택배, 퀵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기초적 지표 등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은주 상임활동가는 "집배 노동자와 만나는 과정에서 이들이 자기 노동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면서 스스로 노동환경을 바꾸는 주인으로 설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추련은 지난 1990년 마산·창원지역 노조 간부와 변호사 등 법조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모임'으로 출발, 1999년 4월 산추련으로 개편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노동자 중심 건강권 운동을 위한 교육, 연대, 조사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의 055-267-0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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