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지역에서 청년문화기획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창원과 진주, 김해 등 도시지역에서 청년들이 자기들 손으로 문화공연이나 행사를 기획하고 소모임을 꾸리는가 하면 여러 형태의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부모세대와 달리 문화적 감수성이 다양하고 풍부한 청년세대에게 문화는 산소처럼 꼭 필요한 것이어서 스스로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문화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구호 속에서나 인정받고 있을 뿐 현실은 늘 하위문화 범주에 머물러 있었다. 지자체장들이 미래 먹을거리라며 애용하는 문화도시란 개념도 허울만 그럴듯할 때가 더 많았다. 지역 문화는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먹을거리다. 원래 건강을 유지하려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로 정신적 활동에 자양분도 풍성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지역 먹을거리가 가장 입에 맞고 건강한 음식이듯 지역의 자연적 역사적 환경 속에서 이어져 온 문화적 유산을 토대로 만들어진 지역문화는 가장 맛있는 지적 자산이다.

산업구조의 전환을 눈앞에 둔 지역의 도시들이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청년문화기획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지역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문화콘텐츠로 생산하는 데에는 청년문화기획자들의 탁월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빛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문화도시로 유명해진 사례들을 보면 청년세대의 문화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게끔 기반조성을 하는 데에서 출발한 것을 볼 수 있다.

청년들이 문화활동에 관심이 있고, 전문적 훈련을 통해 문화기획자로 성장하고 싶어도 지역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역을 떠나갈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문화로 먹고살기 위해서도 지자체나 지역기업들의 생태계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의 자기정체성을 살려나가는 창의적 문화를 생산하고 나눌 토대부터 구축하는 데 힘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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