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 물질 대신 가치 소비
현실에 착실하면 미래도 희망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카르페 디엠'은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로 번역되는 라틴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 이 말을 외치면서 더욱 유명해진 용어다. 영화에서는 전통과 규율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키팅 선생은 영화에서 미래(대학입시, 좋은 직장)라는 미명하에 현재 삶(학창시절)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이 말을 통해 전한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 확실하며 중요한 순간이라고. -두산백과 참조

2020년 다가올 제4차 산업 혁명. 아니 이미 우리 주변에 도달한 이 혁명 앞에 우리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기술이 사회·경제 전반에 융합될 것이다. 이로 인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날 예정이다. 차세대 산업혁명. 이 혁명이 일어나기 전 N포세대(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인간관계·희망·건강·학업 등), 즉 숫자가 높아질수록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세대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왜일까.

20대는 취업 준비와 저소득문제에 직면해 있다. 비정규직 증가와 임금격차 증가에 따른 고용불안도 함께 느끼고 있다. 30대는 집값과 전세금 상승, 내 집 마련의 어려움, 과도한 결혼 비용, 육아, 자녀교육비 증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50대 이상은 노후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30청년복지요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사회 구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다. 현재 N포세대는 베이비붐세대와 싸우고 있다. 즉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와 싸우는 구조다. 퇴직을 앞둔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 온 힘 다해 버티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식들은 그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 할 일을 기계와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어두운 예측도 뒤따르고 있다.

더 이상 패스트푸드점에서 사람이 주문을 받지 않는다.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는 기계 앞에서 주문 내역을 결제하면 번호와 함께 음식이 나온다. 스마트폰에서 비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편함은 늘고 물질적인 소비가 아닌 가치 소비로 행태가 변화할 것이다. N포세대들이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새로운 소비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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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연구진은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욜로를 대한민국을 이끌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욜로란 현재의 행복을 위해 도전하고 실천하는 삶의 방식이며 카르페 디엠의 라이프 버전"이라 말한다. 방송가에서도 앞다투어 욜로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한번뿐인 삶의 뜻이 있는 욜로에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현재를 즐겨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언뜻 보면 미래를 준비하고 꿈을 강요하던 사회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저성장 경제 속에 N포세대들이 포기해야만 했던 사회구조에 대한 저항이며 자유를 갈망하는 다문화적인 생각이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착실하면 내일도 변화한다는 의미도 함께 가진 욜로. 물질과 가치 사이 당신의 삶은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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