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꼴 엉망…공약 실현 녹록잖을 것
소탈·정직하게 지금처럼 해줬으면

애어른 할 것 없이 온통 꽂혀있느니 '뉴스'다. 허구한 날 기쁜 일보단 버석거리고 궂은 소식만 늘어놓고 밉살스런 정상배끼리 물고 뜯는 걸 비추는 것이던 그 '뉴스'란 물건에 모두가 몰입해있다. 거기엔 당선된 그날로부터 하루도 국민의 시선을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연일 이벤트를 생산하고 있는 대통령이 있다.

맞서 싸우는 진영의 라이벌에 대해 독하고 야멸차게 깎아내리기 일쑤인 정치인들도 그의 인품에 대해서만은 평가가 한결같이 후하다. 물론 그것은 '그런데'를 깔기 위한 밑자락이지만 실제로도 그리 여긴다는 기색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덧붙이기는 "지도자를 인격이나 지성의 두께로만 뽑을 순 없다. 면후흑심의 궁량과 응변의 술책 또한 요구되는 자질이다"란다. 한마디로 사람은 좋은데 물렁물렁하고 우유부단해서 지도자감은 아니라는 뜻이다.

개소리라며 거품을 물고 덤벼보지만 한편으론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면도 있다. 느리고 어눌한 언변에다 딱히 박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유불리에 맞춰 둘러대서 상황을 모면하는 변통력 따위와도 열촌은 넘어 보이니 말이다. 누누이 봐오건대 인품으로 견디기엔 그 바닥이 너무 험하지 않은가.

후보자 토론 때는 열불이 터졌다. 낯짝에 철판을 깐 듯 몰상식하고 야비하게 덤비는 상대에 맞서 좀 야물딱지게 대응해 그 억지 논거를 제압해 줬으면 좋으련만. 타고난 천성과 눌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딱 한 번, '노무현'을 건드리며 의도적 도발을 해오자 즉각 반응했는데 그때에도 기껏 지른 소리란 것이 "이보세요"였을 뿐이다. 저래서야 꼼수 암수에 이골이 난 박·홍·서·김 등의 음험한 정치 유단자들을 어찌 상대하누. 게다가 막 나가는 트럼프나 얍삽한 아베나 능구렁이 같은 '진핑'과도 을러야 할 터인데 말이다.

지미 카터를 두고 "진작부터 전직 대통령이었으면" 했다는 우스개가 있지만 우리 대통령은 '후보보다는 대통령에 제대로 어울리는 사람'인가보다. 취임식을 마친 대통령 하는 양이 볼만하다. 기자실에 나와 자신이 임명한 막료를 국민 앞에 소개하고 기자들로부터 선택 사유를 질문받고 설명한다. 점심 초대한 야당 대표들보다 먼저 도착해 오는 이들을 맞아들인다. 알현하려면 으레 붙이던 이름표 따위는 달지 말라 지시한다. 청와대 직원들 틈에 섞여 줄 서 밥을 먹고 비서들과 잔디밭에 앉아 토론한다. 망월동 행사 중 슬픔에 잠긴 유족을 보듬어주며 함께 운다. 유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5월 단체와 함께 검소한 비빔밥으로 점심을 나눈다. 구급차 통과를 위해 전용차와 경호 차량을 길 가장자리로 비켜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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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름이 후딱 넘어갔다. 만나는 사람들 얼굴에 웃음이 묻어있다, 며칠 새 삶의 조건이 바뀐 것도 뜻밖의 횡재를 만난 것이 아님에도 모두가 싱글거린다. SNS를 들여다봐도 마치 바이러스가 퍼진 듯 따신 분위기가 넘실거린다. 노무현 8주기 봉하마을에 참석한 대통령이 추도사에서 말한다. "저는 요즘 국민들의 과분한 칭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노력, 정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특별한 일처럼 되었습니다. 정상을 위한 노력이 특별한 일이 될 만큼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심각하게 비정상이었다는 뜻입니다." 나는 그의 그런 상황인식에 안도한다. 종편조차 칭찬 일색이던 밀월의 시간도 딱 오늘까지일 것이다. 나라 꼴은 엉망이고 주변 분위기도 서늘하다. "뱉은 말에 대한 강박이 있다"고 고백했지만 약속한 공약을 실현하는 것도 녹록잖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소탈하게 정직하게 온 힘을 다하여 '지금처럼'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하면 공동체에 닥쳐오는 어떤 어려움도 함께 이겨내자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세상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깨어있는 시민'의 선택을 받은 우리의 대통령이고 그것이 모두의 행운으로 귀결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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