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높다. 비정규직 당사자에게 가뭄의 단비와 다를 바가 없는 이 정책의 성공과 실패는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과연 앞으로 얼마나 감소할 것인지에 달렸다.

현재 노동시장에서 절반 정도의 규모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은 이미 오래된 숙제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도 대선 시기엔 당장 긴급하게 무언가를 할 것처럼 해놓고는 이후 외면했을 뿐이다. 물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정규직으로 바꾸는 게 집권자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경제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이 동반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냐는 푸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처우와 노동조건 개선에는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권력자의 의지는 매우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우선 공공기관이나마 비정규직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의지의 표현이다. 즉, 중앙정부가 솔선수범해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축소하면서 향후 지방자치단체에까지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정책이 의미가 있으려면 공공부문만 아니라 민간부문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야 한다. 물론 민간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수를 축소하려면 당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률과 제도에 앞서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대로 국내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자영업 붕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어떻게든 차단해야 한다. 비정규직 축소가 단순한 대중적 인기영합정책이 아니라 순수하게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면 비정규직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은 시급하게 요구된다는 점이다. 한계상황에까지 내몰린 중소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문제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팽개친 채 재벌개혁이나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 수도 없다.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비정규직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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