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희 씨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4학년 첫째 딸이 학교에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배워요.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주고 싶어서 어제(22일) 무작정 달려왔어요."

서울에 사는 박윤희(43) 씨는 11살, 8살, 7살 쌍둥이를 둔 4남매 엄마다. 일과 육아에 매달려 한 번도 봉하마을을 찾은 적이 없다. 이번은 달랐다. 월요일 퇴근 후 아이들 저녁만 먹인 후 씻지도 않고 봉하마을로 향했다. 초행인데다 야간 운전으로 6시간 만에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아이들과 차에서 밤을 지새우고 아침 일찍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 사망 소식을 접하고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보통사람이 아닌데 자존심을 건드린 타살이라고 생각해요. 노란 물결에도, 촛불 집회에도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어요. 일과 육아가 핑계가 아니라 현실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내 현실의 의무를 제쳐놓고 참여하는 걸 누구도 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동참해야겠다, 실천해야겠다고 확실하게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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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23일 오전 서울에서 왔다는 엄마와 4명의 형제·자매가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시은·정효·정환·지안, 엄마 박윤희 씨. /김구연 기자

윤희 씨는 "엄마, 왜 울컥해?" 하는 아이 물음에 "부끄러워서"라고 답했다. 국민이 권력임을, 뒤로 물러나 있던 자신이 권력임을 일깨운 데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세대 간 갈등은 이념의 문제(젊은 층), 생존의 문제(6·25를 겪은 60대 이상)로 접근하기 때문에 싸움이라는 말 자체가 안 맞다고 봐요. 새 정부에 바라는 건 균형과 조화에요. 제발 흙수저, 금수저 이 말만이라도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지켜보던 막내아들이 노무현 대통령 스티커를 달라고 보챈다. 자칭 '노무현 전도사'라고 하는 손윤진 씨가 직접 제작해 무료 배포한 '노무현-문재인 홀로그램 스티커'를 말한다. 이를 지켜보며 윤희 씨는 앞으로 매년 5월, 봉하마을을 찾겠다고 말했다.

"쌍둥이와는 대통령이나, 탄핵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평소 군인, 경찰이 꿈인 쌍둥이가 방명록에 '제가 군인이 돼서 노무현 대통령 지켜줄게요'라고 적은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도 아이들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바뀌고 있어요. 아이들이 선거권을 가질 때까지 상식적이고 배려 넘치는 나라가 되도록 엄마로서, 국민으로서 행동할 생각이에요. 내년에 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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