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후가 바쳤다는 계희를 살펴본 달기는 질투심으로 전신이 떨렸다.

‘저년을 죽이고 말테다! 나보다 아름답긴 하지만 간사한 계략은 나한테 당할 수 없을 걸!’

그렇게 생각하면서 달기는 계희를 가만히 불렀다.

“네가 계희냐. 과연 소문대로 절세의 미녀로구나.”

“과분하신 칭찬이십니다.”

“아니야. 넌 대왕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될 게 틀림없다. 그런데 미리 너에게 충고해둘 일이 하나 있다.”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명심해 두겠습니다.”

“내일 오후부터 밤까지 주지육림의 잔치가 있을 것이다. 소문을 들어서 알겠지만 남녀가 발가벗고서 술연못의 미주를 마신 뒤 음란한 춤을 추다가 아무 남자나 붙들고 성교를 해야 된다. 그 때 넌 어떻게 하겠느냐?”

“좋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대왕께서는 음란한 여인을 좋아하지 않으신다. 어떤 명령이 있더라도 벌거숭이가 돼서는 아니 되고, 미주를 마셔서도 아니 되고, 남자와 섞여서도 아니 된다.”

“대왕의 어명이 내리셔도 그렇게 해야되는 것입니까?”

“그래야만 대왕께선 너를 사랑할 것이다. 원래 포악하고 음탕한 군주일수록 여인의 정숙함을 기리는 법이란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계희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뒤 달기는 주왕한테로 달려갔다.

“대왕의 홍복이십니다. 계희같은 절색을 얻게 되셔서.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걱정이란 게 뭐요?”

“듣기로는 구후가 계희를 바친 것으로 돼 있는데, 과연 구후를 충신으로 믿어도 될까요?”

“그 무슨 소리요?”

“소문에 계희가 대왕의 심장을 찌를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슬슬 의혹의 먹구름이 피어 올랐다. 대쪽같은 구후가 느닷없이 계희같은 미녀를 바친 것부터가 의문이었다.

“그대 말에도 일리가 있소!”

“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한 가지 시험을 해 보시지요.”

“어떻게?”

“내일 오후부터 궁중잔치가 있지 않습니까. 그 때 계희의 행동을 예의 주시해 보면 구후의 저의를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하니 대왕께서는 계희와의 합방을 오늘 밤에는 삼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그게 좋겠구나.”

이튿날 오후. 주지육림의 궁중잔치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드디어 북소리가 울리면서 3000명의 남녀들이 옷을기 시작했다. 모두가 알몸들이 되었다. 우르르 술못가로 몰려가더니 쪽바가지로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음탕한 음악이 흐르자 춤을 추다말고 남녀들이 서로를 뒤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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