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 대통령 정책에 기대
실현 가능성 비관론도

경남 공공기관 비정규직 직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박주한(26) 씨는 지난 3월부터 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 사천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2년 계약직인 그는 이번 정책이 가장 반가운 사람 중 하나다.

박 씨는 군대에서 측량 일을 접하고는 적성에 맞다는 것을 알아챘다. 제대를 하자마자 용접 일을 하며 학비를 벌어 창원문성대에 진학했다. 지적을 전공하고 관련 자격증을 딴 그는 LX에서 측량 일을 하고 있다.

박 씨는 "지적 측량이라는 것이 더울 땐 더운 곳에서, 추울 땐 추운 곳에서 일을 해야 해 어려움도 많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며 "LX에서 큰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었는데 정규직 전환이 되면 2년이라는 기간이 지난 후에도 일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일자리 공약이었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노력과 실태를 기관 평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공공기관은 정규직 전환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기관장 인사 척도가 되는 경영평가를 앞두고 있어 TF팀을 만드는 등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공시시스템(알리오)을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중앙정부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 332곳, 부설기관 23곳 등 총 355곳 업무종사자는 42만 9402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은 14만 4205명으로 전체 3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계약직, 협력사 직원 등 사실상 비정규직 인력도 포함됐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중앙·지방 공무원 등까지 고려하면 비정규직은 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역에 본부나 지사를 둔 공공기관에는 비정규직 직원이 없거나 소수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기대감이 높다.

김해지역 한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ㄱ(30) 씨는 "정책이 없었으면 희망조차 없었을 텐데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전체 비정규직 규모가 큰 데다 예산 등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속도는 더디겠지만 꼭 전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단기 계약직이 아닌 무기계약직 역시 정책이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도내 한 공사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이모(34) 씨는 7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무기계약직이라도 정규직과 많은 차이가 있어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씨는 "무기계약직은 단기 계약직과 달리 고용 불안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임금 등 많은 면에서 정규직과 차이가 있다"며 "일하고 있는 기관에는 비정규직 직원이 많지 않아 다른 곳보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클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 실현 가능성을 두고 비관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한 지사에서 일하는 2년 계약직 직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만 명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이번 정부 내에 가능할지 의심이 든다"며 "구체적인 로드맵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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