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당 대표 후보 존재감
홍, SNS로 정부에 견제구
친박 청산·무력화 '관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재기' 속도가 빨라지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이 오는 7월 3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한 가운데 '위기의 보수'를 이끌 당 대표 후보로 홍 전 지사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애초 한국당 최대 세력인 친박계(친박근혜계) 반대로 어려워 보였으나 현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불출마 선언과 동시에 "친박은 빠져라"고 주장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정 대행은 21일 "하루빨리 건전하고 건강한 새 지도부가 탄생해야 한다"며 "최근 준동하는 일부 친박은 적어도 20대 국회에선 조용히 있어야 옳다. 친박이 배제된 지도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달라"고 밝혔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경남도민일보 DB

물론 '친박 배제 = 홍준표 당 대표'는 아니지만 홍 전 지사 측은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대선에서 홍 후보 비서실장을 역임한 윤한홍(창원 마산회원) 의원은 "초선 의원(총 44명)은 대부분 홍준표 추대론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인사도 "최소 70명의 현역이 홍 전 지사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전 지사가 '최적'은 아니지만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는 게 우리 당 현실"이라며 "무엇보다 최악의 상황에서 치른 대선에서 24%나 득표하지 않았나. 보수세력 존재감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패했지만 홍 전 지사는 대선 내내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대북정책 등을 공격하며 문재인 후보를 괴롭혔다. 당내에서는 "이슈를 만들어내고 주도하는 능력은 확실히 탁월하다. 박근혜 정권에 쏠린 시선을 단숨에 노무현 정부로 돌렸다"는 호평까지 뒤따랐다.

대선 후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파격적 인사와 개혁 의제 제시, 탈권위적 소통 행보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가운데 홍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잇따라 글을 올려 새 정권을 견제하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개편한 후 야당 탄압의 전위대로 사용할 것이 뻔한 검찰을 우리 국민이 곱게 보아 줄 리가 없을 것"(19일)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런데 청와대가 위법한 절차로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를 하면서 '최순실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한 것은 미국 같으면 사법 방해로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20일) 등이 대표적이다.

보수의 성찰과 혁신을 강조하는 것도 눈에 띈다. 홍 전 지사는 15일 "구보수주의 잔재들이 당을 틀어쥐고 있는 한 국민은 한국당을 버릴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이념적 지향점도 바꾸고 지도부도 바꾸고 정신도 바꾸고 자세도 바꾸어야 한다"고 했고, 18일에는 "한국당은 신보수주의로 새롭게 무장함으로써 좌파와는 다른 우파의 정치적 가치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홍 전 지사가 언급한 신보수주의 노선은 "부자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보다 많은 기회를"로 압축되는 경남도정을 떠올리면 될 듯하다. 무상급식 중단, 진주의료원 폐쇄 등을 추진한 그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복지 확대, 노동 친화 정책에 맞서겠다는 의지일 수 있다.

친박의 부정적 정서를 뛰어넘어 천신만고 끝에 당 대표가 된다 해도 이후 가는 길이 평탄할 가능성은 물론 낮다. 친박을 청산하거나 무력화하지 않으면 보수의 환골탈태, 바른정당과 통합, 외연 확대, 내년 지방선거 승리 모두 매우 불투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패배는 곧 홍 전 지사의 정치생명 마감을 의미할 수도 있다.

홍 전 지사는 "한국 보수세력을 망가지게 한 세력은 반성하고 역사에 사죄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탄핵된 세력이 또다시 준동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거다. 몇 안 되는 친박이 한국당 물을 다시 흐리면 당원들이 나서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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