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4대강 보 상시 개방 지시
4대강 전면 재조사, 물관리 일원화 조치도
환경단체 환영 "보 철거 포함 더 적극적 조치 주문"

죽어가는 낙동강을 생명의 강으로 되살리는 물꼬가 틔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하절기 이전 4대 강 보 우선 조치'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해마다 녹조가 창궐하는 낙동강·한강·금강·영산강 등 4대 강 보가 상시 개방된다. 다음 달 1일부터 도내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안보 등 6개 보는 즉시 개방된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된 수질과 수량 관리를 일원화하는 정부 조직 개편도 추진된다. 특히 4대 강 사업 정책 입안과 집행 과정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이뤄진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 이명박 정부는 22조 원을 들여 강바닥을 파내고 4대 강 물길을 가로막은 16개 보(낙동강 8, 한강 3, 금강 3, 영산강 2)를 건설했다. '대운하 공약'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4대 강 살리기'라는 이름을 걸고 공사를 강행해 2012년 완공했다.

우려했던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는 현실이 됐다. 해마다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로 뒤범벅이 됐고, 물고기 씨가 마르고 다양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은 강으로 변해갔다. 낙동강물 체류시간은 31일에서 168일로 늘어났다.

녹조 발생은 먹는 물 비상으로 이어졌다. 함안보에 조류경보(1㎖당 남조류 세포 수 1000개 이상) 일수와 기간은 △2013년 98일(7월 30~11월 4일) △2014년 143일(6월 3~11월 10일) △2015년 171일(6월 2~12월 14일) △2016년 112일(5월 31~12월 19일)로 집계됐다. 정부는 2013년부터 낙동강 칠곡·강정·함안보에 조류경보를 도입했다.

문 대통령은 6월 1일부터 4대 강 보 상시 개방 방침을 밝혔다. 4대 강 사업 준공 5년 만에 사업 실패를 공식 확인하고, 강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이다.

우선 개방하는 보는 △낙동강 고령·달성·창녕·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6곳이다. 청와대는 나머지 10개 보에 대해 "생태계, 수자원 확보, 보 안전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개방 수준과 방법을 단계별로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4대 강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꾸려 1년간 생태계 변화, 수질·수량 등 보 개방 영향을 평가해 후속 처리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보 철거와 재자연화', '보 유지 상태에서 환경 보강' 대상을 정하는 방향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주민이 참여한 자문위원회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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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낙동강 본포 취수장 인근 녹조 현장을 민주당 관계자들이 방문하고 있다./경남도민일보DB

◇전면 재조사와 물관리 일원화 = 대통령은 '정책 결정·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도 지시했다. 청와대는 "4대 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부 내 균형과 견제가 무너졌고, 비정상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이 '추진력'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면 재조사에 대해 "후대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정책감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백서로 발간할 것"이라며 감사과정에서 불법행위·비리를 적발하면 상응하는 후속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질·수량, 재해예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정부 조직 개편이 추진된다.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부가 맡아 온 것을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방향이다. 청와대는 "수량확보와 수질개선은 균형적으로 관리돼야 하나 4대 강 사업은 수질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추진됐다"며 "환경부 역시 수질과 수생태계 문제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환경영향평가 등을 개발사업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환영&아쉽다" = 환경단체는 4대 강 관련 대통령 업무 지시를 환영했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을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여름철 녹조 창궐을 앞둔 시점이므로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결정이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의지를 밝혀온 '4대 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 약속이 정책감사 추진으로 구체화한 것"이라며 "이는 4대 강 사업 실패를 천명한 것으로 시행착오를 바로잡는 계기이며, 제2의 4대 강 사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16개 모든 보에 대한 개방이 이뤄지고, 보 철거까지 이르러 4대 강이 이전의 유유히 흐르는 모습으로 하루빨리 되돌아올 것을 간절히 바란다"며 "국민 반대에도 4대 강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료, 학자, 전문가에 대한 단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16개 보 모두 '수위조절이 아닌 전면개방'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영산강 승촌보, 금강 세종보 등이 수질악화에 끼친 영향은 충분히 드러났고 낙동강 칠곡보는 주변 지역 침수피해가 보고됐다. 한강 보는 전혀 용도가 없다. 그런데도 개방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4대 강 사업에 대한 책임이 적지않은 환경부를 공룡 부처로 키우거나 환경부가 개발부서로 변질하는 조치"에 그치는 것을 막으려면 물 정책을 수질·수량을 넘어 유역중심·수요자중심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환경단체는 4대 강 사업에 따른 농·어민 피해 보상, 자치단체가 벌이는 지방하천정비사업 전면 중단 조치가 필요하다 강조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4대 강 사업 하천관리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하천정비로 4대 강 지류·지천도 죽어가고 있다. 지방하천정비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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