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공공미술관의 미래 연수 가봤더니]
영화관·창작공간 갖춘 국립현대미술관
디지털미디어 활용한 다양한 전시 눈길
수집·보존·전시·교육 운영 방식 벗어나
다양한 변화·시도로 지역민 호흡해야

미술관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국 공립미술관이 앞다퉈 변화를 시도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영화관을 들여놓고 서울시립미술관은 마을 속으로 들어가 지역민과 호흡하려고 합니다. 대전시립미술관도 도시정체성에 맞는 공간을 선도하려고 애씁니다. 기자는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대전과 서울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21세기 공공미술관의 미래' 연수에 참가했습니다. 공립미술관의 역할을 다시 짚고 '미술관이 그냥 미술관이면 안 되는 이유'를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고암 이응노미술관을 통해 도내 공립미술관(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등)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봅니다.

지난 4월 25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린 'INTER-CITY전 연계 학술세미나' 자리, "이전과 다른 공립미술관을 기대할 시기가 되었다"라고 임창섭(울산시립미술관 건립팀장) 미술평론가가 말했다. 김해문화의전당과 경남도립미술관,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경남미술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연 세미나였다. 임 씨는 "21세기형 미술관은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문화예술의 장소다. 미술관은 변화하기를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재 미술관들은 수집, 보존, 전시, 교육 4가지를 따로 분리해 일하는 전통적인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우리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능동적인 서비스 문화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관은 복합문화놀이터

지난 2013년 11월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종로구)은 여러 공간이 돋보이는 미술관으로 주목받는다.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건축 당시부터 도심 속 열린 미술관을 지향해 지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전시동·교육동뿐만 아니라 디지털정보실, 멀티프로젝트홀, MMCA 필름앤비디오, 아트팹랩 등이 5만 2125㎡(약 1만 5767평)에 갖춰져 있다.

퍼포먼스와 세미나 등 여러 장르에 맞게 공간을 바꿀 수 있는 멀티프로젝트홀은 다원예술을 실현하게 한다. 작가들이 3D프린터로 작품을 만드는 아트팹랩은 창작 공간이다. 또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MMCA 필름앤비디오는 120여 석을 갖춘 영화관이다. 미술관 입장료 4000원에 영화관람료가 포함되어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다. 이달은 한국 홍상수 감독, 이탈리아 난니 모레티 감독, 프랑스 알랭 레네 감독을 스토리텔링한 상영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수정 학예연구사는 "전통적인 미술관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다. 공간마다 전문큐레이터가 프로그램을 짠다"며 "20~30대 젊은 관객이 많다. 이들이 다시 오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개관한 지 4년이 지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연간 100만 명이 몰려들고 있다.

◇미술관은 도시의 정체성

대전시립미술관은 과학예술 융복합에 관심이 많다. 과학도시 대전의 특수성을 접목한 '미디어디지털 아트'를 선도하는 미술관을 목표로 내세운다.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지 미술관이 고민해야 한다. 대전은 과학문화도시다. 도시정체성에 맞게 미술관이 선도해나가야 한다. 지역 전통을 미래에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10년 전부터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과학예술융복합 특별전시 프로젝트대전 2016 코스모스'를 열어 우주 역사를 미학적으로 풀어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과학예술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과학자와 예술가를 연계하는 '아티스트프로젝트'다. 작가는 대덕의 과학기술 연구원들과 협업해 이제껏 시도해보지 않은 과학적 상상을 펼쳐 창작활동을 한다. 아티스트프로젝트 전시는 대전의 장소 특정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예술영역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고찰하는 기회가 된다.

대전에 있는 고암 이응노미술관도 동양화의 전통적 필묵을 활용해 현대적 추상화를 창작한 고암 선생을 기리면서 디지털 영상을 활용한 다양한 전시를 내놓고 있다. 또 카이스트와 협업해 국내 최초로 '테이퍼(TAPIR) 음성가이드'를 개발하는 등 과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도시와 유기적인 관계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관은 지역 대표 문화상품

만약 미술관에서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한다면. 서울시립미술관(중구)은 시민이 쉬어가는 공간, '마음을 가진 미술관을 위한 실험'이 운영비전이다. 미술관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언제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상 곳곳에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본관 외에 여러 분관을 운영하고 있다. 남서울생활미술관(관악구)은 생활예술로 특화했고 북서울미술관(노원구)은 아파트단지가 많은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어린이 맞춤 전시를 기획한다. 국제 레지던시 기관인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마포구), 백남준기념관(종로구)이 있고 대안 전시공간 SEMA 창고(은평구)를 지난해 개관했다.

곧 여의도 지하벙커를 활용해 실험적인 전시를 여는 SEMA 벙커(영등포구), 누구나 참여하는 개방형 학습공간 미술창작아뜰리에(금천구)가 문을 연다. 2030년까지 사진미술관, 서서울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작고 소소한 공간을 공개할 예정이다.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부장은 "한 건물을 크게 짓는 것보다 서울 곳곳에 미술관을 여는 게 필요하다. 마을에 들어가 지역과 도시의 상징물로 사랑받는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수에서 길잡이를 한 장경화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은 "전국 공립미술관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 기획 싸움, 정체성 찾기가 치열하다. 누가 더 오랫동안 관객을 붙잡아둘지가 관건이다"며 "미술관은 단순히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다. 지역 대표 문화상품이다"고 강조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어린이들이 작품과 놀고 있다. / 이미지 기자
대전시립미술관이 진행하는 아티스트프로젝트에서 소개된 작품. 과학자와 예술가가 협업해 창작활동을 한다. / 이미지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디어아트월' 모습. 미술관 외부에 있는 공간이다. 스크린으로 다양한 영상을 경험할 수 있다. / 이미지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트팹랩' 모습. 3D프린터, 3D스캐너 등을 활용해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미지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트팹랩' 모습. 3D프린터, 3D스캐너 등을 활용해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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