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가 공석이 된 경남도가 전임 지사가 선정한 도정지표인 '당당한 경남시대'를 그대로 정문 현관에 달고 있는 것이 옳으냐 하는 의문 제기는 일리가 있다. 우선 도민이 지사를 다시 선출하기까지 1년이나 남았다는 점이 중시된다. 견해에 따라 길지 않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을지 모르나 임기 4년에 견줘 그리 짧은 시간이라고 할 처지는 아니다. 만일 정상대로 보궐선거가 이뤄졌더라면 벌써 달라졌을 구호다. 홍준표 전 지사에 대한 도민의 호감도 여부가 이 논란의 주요 배경이란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재임 시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는가 하면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학교 무상급식을 파탄 나게 하는 등 도민 정서와는 이질적인 행정권력을 행사함으로써 갈등과 대립을 촉발한 책임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도정에 비판적이거나 정치적 공방이 있을 때면 막말을 주저치않아 반발을 샀는가 하면 자신이 임명한 공공기관 대표들이 교육감 주민소환과 관련한 불법서명작업으로 줄줄이 처벌되는 등 남긴 발자취가 당당한 경남시대와는 거리감이 있다. 폐기 내지 교체여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사정은 그렇지만 경남도가 밝힌 '권한대행 체제에서 도정지표를 바꾼 예는 없다'라는 주장을 반박할 합당한 논리적 근거를 찾아내기도 사실상 어렵다. 임명직 부지사가 전임 지사의 유물인 도정지표를 궐위됐다하여 철거할 만한 힘을 갖고 있다고 억지를 쓸 형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란은 그 자체로 의미가 소화될 뿐이지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그만인가 하는 불평이 나올 수 있다. 후임 지사를 뽑지 못하도록 작위적인 방해술수를 부려 사퇴했는데도 도정은 아무런 변화없이 답습되어 좋은가 하는 질문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그대로 가져가도, 공론을 모아 다른 수식어로 바꾸어도 도민의 일상이 달라질 일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도민 모두는 당당한 경남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러한 사실을 체감하고 있느냐고 자문자답하지 않을 수 없다. 끄덕이는 고개보다 도리질하는 고개가 더 많을지 모른다. 성찰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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