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0년대 중반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복도로 아래로 이사했다. 높은 지대라 시내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오르막길이 힘들기는 했다. 그래도 이 집이 꽤 마음에 들었다. 방 창문만 열면 저 너머로 마산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끔 마음 복잡할 때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위로받고는 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갈수록 눈에 담을 수 있는 바다는 줄어들었다. 고층 빌딩이 하나둘 저마다 한 자리씩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30층 훌쩍 넘는 마산만 아이파크가 들어서면서, 눈앞 바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한동안 마산만 아이파크 건물 뒤통수에 눈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살고 있다. 생활 터전 인근에는 메트로시티가 자리하고 있다. 늘 보던 건물이라 느끼지 못하다, 어느 날 문득 고개 들어보니 새삼 높다는 생각에 탄성이 흘러나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55층에 높이 195.7m로 경남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유일한 초고층건물(층수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200m 이상)이기도 했다. 한 지인은 "촘촘히 불 켜진 건물이 밤하늘에 솟아있는 모습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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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만 하더라도 길 가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갖 빌딩이 둘러싸고 있다. 한편으로 미분양 아파트는 쌓여간다는데 또 어느 곳에서는 새로 짓기 바쁘다. 건물과 건물 사이, 비좁다 싶은 터에는 몇 달 사이 15층, 20층짜리 건물이 꿰차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섰다는 게 참 용하다 싶을 정도다.

'아파트·빌딩 숲'이라는 말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적응됐다고 생각했는데, 불쑥불쑥 숨을 조여오는 듯한 답답함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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