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유행한 신조어 가운데 '된장녀'라는 말이 있다. 분에 넘치게 사치하는 여성을 의미하는 이 말은 한국여성을 비하하는 용어로, 최근 논쟁이 된 '여성혐오' 표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서도 한 끼 밥값과 맞먹는 커피를 마시고, '명품 백(가방)'을 들고 다니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여기서 된장녀의 필수 아이템이 명품 백이다.

20·30대 여성이라면 한 개쯤 갖고 있거나, 갖고 싶어하는 명품 백은 주로 동물가죽으로 만들어진다. 악어·소·양·뱀 등 동물가죽으로 만든 가방은 질기고 단단해 오래간다. 그런 소재에 유명 디자이너의 손길이 더해져 오래 써도 질리지 않는 명품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동물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동물가죽 제품에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합성가죽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동물가죽을 쓸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가방이나 옷을 만들려고 동물을 희생시키는 일은 왠지 꺼림칙하게 느껴지기는 하다.

그런데 최근 길거리를 가다 보면 '에코 백'을 든 젊은이들을 흔히 보게 된다. 친환경 소재인 천으로 만든 에코 백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어울린다.

낡은 청바지를 리폼해서 만든 것부터 현수막을 재활용한 에코 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은 각종 기관이나 행사에서 기념품으로 에코 백을 주는 경우도 많다. 캐주얼한 일상에서 편하게 들고나갈 수 있는 에코 백은 이제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러다 보니 5000원가량 값싸게 구할 수 있었던 에코 백뿐 아니라 수만 원짜리 브랜드 에코 백도 등장했다. 터무니없이 가격에 거품이 들어간 에코 백은 원래 취지에도 맞지 않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려는 친환경 가방으로 에코 백은 나름 개성껏 꾸미기 나름이지 브랜드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름이 길어지는 시기, 냄새 나는 가죽가방보다 천으로 만들어 세탁하기도 편하고 위생적인 에코 백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코 백을 멋스럽게 소화한 당신이 진정한 패셔니스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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