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섭 지음
3년 6개월 틈틈이 발걸음
옛지도·문헌자료 보태고
설화 더한 인문학지리지

걷고 또 걸었다.

옛길을 찾고, 고지도를 들여다보며 통영에서 서울까지 천 리 길을, 그리고 또다시 천 리 길을 걸어 서울에서 통영까지 걸음을 옮겼다.

<통영로>의 저자 최헌섭은 그렇게 통영로와 통영별로 옛길을 옛글과 옛 지도를 통해 복원했다. 걸음걸음에는 그 길을 되살리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통영로>는 '통영 - 한양 이은 고속도로'라는 부제에서 보듯 통영에서 한양까지 잇는 길을 걸으며 엮은 책이다.

경북 문경시 조령관. /해딴에

통영로는 임진왜란 이후 바다 방어의 중요성을 깨달은 조선 정부가 당시의 수도 한양에서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통영까지 이르는 길을 열고, 그 길을 일컫던 이름이다.

저자는 10여 년 전부터 직장 생활 틈틈이 우리 옛길을 찾아다니며 이를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1년 봄에 시작한 통영로 옛길 걷기는 한 달에 한두 번씩 걸어 한양을 돌아 세 해 뒤 늦은 가을에 원래 출발점인 삼도수군통제영의 본영으로 회귀했다.

통영로 책 표지.

3년 반의 세월 동안 저자는 통영의 통제영을 출발해 고성, 함안, 창녕, 고령, 성주, 상주를 지나 문경 유곡역으로 향했다. 이어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이르는 길을 걸었고 다시 통영별로를 따라 삼도수군통제영의 본영으로 돌아왔다. 이 가운데 <통영로>는 통제영을 출발해 한양까지 이르는 길만 엮은 것이다. 한양에서 전라남도 해남으로 이르는 삼남대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전주 삼례역에서 분기하며 임실 남원 운봉 함양 산청 진주 고성을 거쳐 통영에 이른 '통영별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했다.

통제영을 나서면서 시작되는 이 책은 닿는 걸음걸음 역사를 들여다보고 그 시대를 들춰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그 속에는 계절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전설을 담고 설화를 보탠다.

'길은 모습만 바꾼 채 아직 마을을 잇고 있었다', '길은 과거를 이어주고 역사는 다시 반복하고', '끊어진 옛길은 역사가 이어주고 오늘도 발길은 역사가 된다', '가을 바람은 안다… 사라진 옛길·터·절의 흔적을', '붉게 물든 옛길만이 나그네 발길 이끌고' 등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가로지르고 충청북도와 경기도 그리고 한양으로 오르며 저자의 감상은 시가 됐다.

토끼비리와 진남교반 일원. /해딴에

찬찬히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과거와 현재를 이으며 묵묵히 발걸음을 내딛는 저자의 뒷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오늘은 솔티를 넘어 좁고 긴 골짜기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며 새 여정을 연다. 마침 이날은 봄비가 제법 장하게 내려서 비를 기다려 온 농부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손님이었을 성싶다. 남녘보다 약간 늦게 봄을 맞은 이곳 솔티에는 이제야 갖가지 꽃을 피우고 있다. 고개 아래의 복사꽃과 길섶의 참꽃, 제비꽃을 비롯해 길바닥에는 길의 지시자인 질경이가 한참 땅바닥에 잎을 붙이며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런 풍광을 뒤로한 채 산골을 벗어나면서 시선을 멀리 주면 이안천 건너 그 북쪽에는 사발을 엎은 꼴을 한 태봉산이 눈에 들어온다"(151쪽, 18장 '세월 흘러도 변함없이 핀 꽃 길손 발길에 힘 더하고' 중에서)

292쪽, 도서출판 해딴에, 1만 5000원.

함안군 여항면 외암리에서 본 한티. /해딴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