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지표 교체 갑론을박
전직 도지사 사퇴 뒤 유지
대행체제 변경 의지 희박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만든 도정지표가 '당당한 경남시대'이다.

홍 전 지사가 지난 4월 10일 자정 3분 전에 퇴임한 후 한 달이 지났지만 도청과 서부청사, 직속기관과 산하 출자·출연기관 곳곳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빨간색 바탕 현판과 그림 형태로 도정지표가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는 권한대행 체제로 도정 체제가 바뀐 만큼 교체돼야 할 대상이 아닐까?

이와 관련해 도민 의견은 엇갈렸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관계자는 "독선과 불통의 아이콘인 홍준표 전 지사가 만든 도정지표라면 그것도 적폐다. '홍준표 해바라기' 역할을 했던 인물들의 인적 청산과 함께 지표 또한 청산돼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전 도지사가 2012년 12월 20일 취임하면서 도정 지표로 내걸었던 '당당한 경남시대'. 홍 전 지사가 사퇴한 상황에서 도정지표를 그대로 두는 게 맞는지 철거해야 하는지 갑론을박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반면 한 전직 공무원은 "지사가 궐위됐다고 해서 그가 만든 도정지표까지 적폐로 몰아가 없애는 것은 옳지 않다. 도정지표를 새로 만들고 교체하고 하는 과정에 예산도 필요하다. 시급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반대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정책기획관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도정지표는 새 도지사가 취임하면서 자신이 지향하는 도정 방향을 담아왔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전임 도지사가 만든 도정지표를 바꾼 예는 없다"고 답했다.

관선시절 27대에 이어 민선 29~31대 김혁규 도지사 때 도정지표가 1995년 7월 이후 '도민제일주의 실현 세계일류 경남건설'에서 2003년 4월에 '2만불시대! 도민과 함께 열겠습니다'로 바뀌었다. 

2003년 12월 김 전 지사가 사퇴한 뒤 장인태·김채용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진 2004년 6월 5일까지 그대로 사용했다.

이어 2004년 6월 6일부터 2010년 6월까지 32~33대 김태호 도지사 때는 '세계로 미래로 뉴 경남'이 도정지표였다.

34대 김두관 도지사는 2010년 7월부터 2012년 2월 사퇴할 때까지 '대한민국 번영1번지 경남'을 지표로 썼다. 이는 2012년 7월 6일부터 12월 19일까지 계속된 임채호 권한대행 때도 그대로 사용됐다.

이어 35~36대 홍준표 전 지사의 취임일인 2012년 12월 20일부터 지금까지 현재의 '당당한 경남시대'가 도정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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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정책기획관실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국정지표는 바뀌지 않았다. 새 정부 국무총리로 내정된 이낙연 전남지사가 사퇴했지만 전남도 도정지표는 바뀌지 않았다"는 근거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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