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탈권위 행보 배치 걱정
권민호 시장 "생가터 확보 우선"

거제시의 문재인 대통령 생가 복원 방침과 관련해 청와대가 18일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생가 복원 자체가 '우상화' 느낌이 나고 탈권위를 내세우는 신임 대통령 이미지에도 맞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 생가가 있는 거제면 남정마을에는 문 대통령 당선 후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마을 주민은 이날 "지난 주말에만 국수 2000그릇 정도가 나갔을 정도로 많이 왔다"고 밝혔다.

이렇게 방문객이 몰리자 시는 생가 인근 경로당 옆에 임시주차장과 간이 화장실 등을 마련하고 안내판을 설치했다. 또 생가 터를 사들여 문 대통령 퇴임 후 복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전임 대통령 생가 복원이 퇴임 후 이뤄진 점을 들어 생가 복원이 이슈가 되자 이날 청와대 권혁기 춘추관장은 "거제시가 대통령 생가를 복원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관광지 조성이)지자체 권한이고 청와대가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취임한 지 며칠 안 된 상황에서 이런 뉴스를 접한 청와대 관계자 입장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거제시 입장을 담은 보도가 자칫 대통령의 탈권위, 친서민 행보와 배치되는 것처럼 국민에게 비칠까 우려스럽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거제시가 생가 복원을 추진하는 데 대해 "대선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지금 그 문제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우려'에 대해 남정마을 주민은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생가를 찾은 한 거제 시민은 "크게 떠벌리는 것 자체가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민호 시장은 "투기 세력에게 생가가 넘어가지 않도록 생가 터 확보가 우선"이라며 "방문객이 많다 보니 시가 주차장이나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을 해주려는 것이다. 거제시 입장에서 생가는 소중한 자산이다. 청와대 입장을 떠나서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복원 계획에 대해 권 시장은 "우선 터를 확보하고 퇴임 후 복원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제시는 현재 생가 주변 땅 900여㎡(300여 평) 매입을 검토 중이다. 또 생가 소유주와 시유지를 서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를 하고 있다.

함경남도 흥남 출신인 문 대통령 부모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을 와 이곳 남정마을에 정착했다. 문 대통령은 1953년 1월 이곳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냈고 초등학교 진학 전인 6살에 고향을 떠났다. 고향을 떠난 후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성장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20분께 남정마을을 방문한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문 대통령의 탯줄을 자른 추경순 할머니에게 인사했고, 마을 어르신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지만 생가에는 들르지 않고 양산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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