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호출' 여왕 드라마 한계를 넘다
경찰 꿈이었던 여주인공
전업주부 생활 속 추리
가정·데이트 폭력 사건
피해 여성 이야기 조명

"여기 몸이 불편한 이 친구는 25살이고, 그리고 이 친구는 여자라서 하필 그곳에 있어서 수능이 끝나자마자 죽었다. 내가 얘들 죽인 범인들 꼭 잡을 거다." "꼭 잡아서 죽인 이유라도 밝혀줄 거다."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밤 10시)은 경찰이 꿈이었지만 일찍 결혼해 전업주부로 사는 유설옥(최강희)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생활밀착형 추리물이다.

경찰 시험을 오랫동안 준비했고, 뛰어난 추리 실력을 갖췄음에도 민간인 신분과 고졸이라는 편견, 그리고 시집살이가 늘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다.

하지만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는 그녀는 자기처럼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오지랖을 발휘한다.

애초 앙숙으로 만난 형사 하완승(권상우)은 '아줌마'라며 설옥을 무시하기 일쑤다. 설옥의 의견이 논리적임에도 늘 "아줌마, 밥이나 하시지"라며 면박을 준다.

참다 참다 설옥은 완승에게 자신이 수집한 범죄 피해자 사진을 보여주며 "인간이 인간한테 어떻게 저럴 수 있어요. 저런 짓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게 놔둘 수 있냐고요. 형사님도 그래서 형사 된 거 아니에요?"라며 진심을 전한다.

범행 현장을 쫓아 단서를 찾고, 소소한 일상에서 추리의 묘미를 발견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주된 흐름이지만 정작 <추리의 여왕>에서 시선이 머무는 것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 그리고 전업주부를 전면에 내세우며 던지는 메시지다.

완승은 "아줌마"라는 호칭 하나로 그녀의 존재를 규정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 설옥을 그저 집안일에나 묶어두려 한다.

"나는 그냥 도움 주려고 그런 건데 아줌마가 뭔 참견이냐 그러고 집에 가서 밥이나 하라고 그러고"라며 설옥은 설움을 삼킨다. "시집가지 말고 대학이나 갈걸, 그러면 내 얘기 좀 들어주지 않았을까?"라고 말하지만 설옥은 무고한 피해자들의 사연에 관심을 쉬 거두지 못한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주부는 끝내 보험금을 노린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고, 그런 아들의 범행을 감추려고 시부모는 며느리의 시신을 강물에 유기한다.

설옥의 시누이 김호순(전수진)은 미국으로 가자는 남자친구의 말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사라졌다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 돌아왔다.

속옷털이범 때문에 몇 차례 완승을 찾아 범인을 잡아 달라고 했던 고주연(민지)은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자에게 살해당한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날은 그녀가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손꼽아 기다리던 생애 첫 소개팅 날이었다.

"쟤 겨우 스물셋이야. 그 애 첫 소개팅이 오늘이었다고. 막았어야 해. 제대로 된 형사였다면 막았어야 해. 내가 잡는다. 그래 내가 꼭 잡는다"라며 완승은 자책한다.

<추리의 여왕>이 보여주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여전히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범행은 현실의 불안과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어제는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34살 남성 김모 씨가 혼자 들어오는 여성을 기다렸다가 칼로 찔러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2016. 5. 17)이 발생한 지 딱 1년이 되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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