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락지 단 제비 25마리 중 한 쌍 밀양 삼랑진 귀환
제비 둥지 트는 장소 '건강한 생태·현대판 명당' 방증

도내에서는 2015년부터,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제비 생태탐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농촌 공동화와 도시화로 급격히 수가 줄어든 제비를 모니터링 해 보호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도내 60개 초·중학교에서 450여 명의 학생과 교사가 참가한 지난해에는 제비 번식 둥지 685개와 귀제비 번식 둥지 51개를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도교육청은 올해 도내 학교 100개 동아리를 선정해 '2017년도 제비생태탐구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고향 잊지 못하는 제비 = 경남교육청은 지난해 8월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함께 밀양 삼랑진에 서식하던 제비 25마리 다리에 가락지를 달았다. 발목에 고유 번호를 부착한 어른 제비 4마리와 아기 제비 21마리 등 25마리의 제비는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남쪽으로 떠났다. 제비는 찬바람이 부는 9월말에서 10월에 이른바 강남(중국 양쯔강 이남)으로 대표되는 따뜻한 나라로 떠났다가 3, 4월 다시 돌아온다.

고유번호가 적힌 가락지를 달고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암컷 제비.

가락지를 부착하고 1년 뒤 지난 4월 이들 제비 가운데 제비 부부 한 쌍이 가락지를 달고 자신들이 살았던 처마 밑을 다시 찾은 게 포착됐다.

밀양으로 돌아온 제비 부부는 지난해 만들었던 둥지가 태풍으로 부서져 있자, 일주일간 약 1500번을 왕복해 흙을 물어다 집을 복원했다.

4월 20일부터 7일간 둥지를 새로 만든 부부 제비는 4월 30일부터 알 5개를 낳아 품고 있다.

제비는 2주간 알을 품고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오면 3주간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

매일 제비를 관찰 중인 밀성초 김철록 교사는 "제비는 귀소성이 강한 철새로 살았던 고향을 잊지 못하고 3000㎞ 이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다시 찾아온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사람 마음속에 제비가 둥지를 틀어야 제비와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다"며 "지난해 가락지를 달고 떠난 제비를 더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유번호가 적힌 가락지를 달고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수컷 제비.

학생들도 제비의 귀환에 반가움을 드러냈다.

제비조사에 참여한 밀성초 제수빈(6년) 학생은 "지난가을에 멀리 강남으로 떠났던 제비가 다시 돌아온 것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면서 "제비가 돌아온 이유는 삼랑진에 사는 사람들이 제비를 잘 보호해줬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비가 둥지 트는 곳은 현대판 명당자리 = 사람들 이동이 많은 시장통이나 마을 회관·다방 등에서 제비집이 주로 발견된다.

사람이 드나드는 곳은 제비의 천적인 고양이나 뱀, 까마귀 따위가 쉽게 다가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환경교육담당 정대수 장학사는 "제비가 둥지를 트는 곳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어서 예로부터 명당으로 여겨왔고, 제비가 많이 분포하는 곳은 사람들 교류가 많고 생태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제비가 한반도에 찾아오는 시기는 삼짇날(음력 3월 3일) 무렵이다. 주로 태국·필리핀·캄보디아 등 따뜻한 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서 번식을 위해 한국·중국·일본 등을 찾는다.

제비 조사 모습

제비는 자신이 살던 둥지를 기억하고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특징이 있다.

또, 제비는 옛날부터 작물이나 수목의 해충을 잡아먹어 인간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봄 제비는 옛집으로 돌아온다(제비가 옛 집을 찾아 가듯 타향에 갔던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간다)', '제비가 집을 지으면 길하다(집안에 제비가 집을 짓는 것은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 등 제비 관련 속담이 많은 것은 그만큼 인간과 친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논 등이 줄어들고, 도시 지역의 습지 등이 매립되면서 집 지을 재료와 먹잇감이 줄어들면서 차츰 제비의 수도 줄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제비 탐사에 참여한 박종훈 교육감은 "제비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가장 친근한 새다. 제비 조사를 통해 우리 조상의 생태적 지혜와 슬기를 배울 수 있는 자연생태교육과 인성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고 말했다.

이어 박 교육감은 "제비 조사 활동으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 교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밀양 삼랑진 학생들과 제비 생태탐구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박종훈 교육감.
15일 밀양 삼랑진 생태탐구 프로젝트 모습. /경남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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