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고를 두고 하청기업과 사망자 유족들이 합의했다. 합의과정에서 법적으론 삼성중공업이 빠지면서 하청기업 노사가 주체로 돼 결정됐다.

이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먼저 피해자 보상이 합의되면서 이후 벌어질지도 모를 법적 공방과 책임 논란에서 삼성중공업은 완전히 빠졌다. 즉, 삼성중공업에 법적 책임을 묻기가 곤란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번 사고가 대선 국면과 정부 집권 초기에 발생해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지만, 대형 인재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하청노동을 당연시해 온 원청 기업인 삼성중공업에 감독 책임을 물을 기회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와 가족들은 다른 사고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은 배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합의과정에 삼성중공업 관계자가 참여한 것도 하청기업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자신에게 돌아올 감독 부실이나 책임회피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 이후 법적 분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을 계속 고집한다면 이런 대형 인재는 또다시 일어날 수가 있다.

하청노동이 일반화된 조선업에서는 당장 작업현장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지조차 확인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원청 기업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실제 작업지시를 내리지만, 하청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하면 원청 기업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이 그동안의 사정이다. 원청 노동자들이 하기 싫어하는 어렵고 힘든 일은 하청노동자들에게 떠밀어 놓고선, 사고가 나면 자기 회사 종업원이 아니라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상투적인 태도로 법적 책임을 피하기만 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도 바로 이런 몰지각한 태도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을 대상으로 무슨 정치적 공세를 하려는 게 아니라 하청노동자 문제에 대해 이제는 재벌·대기업부터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에는 기업 이익이 결코 최우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