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비빔밥·수제비·파전 인기
동네시장 제철 재료 사용
고춧가루·참기름 직거래
운치있는 공간 차도 즐겨

문화공간이 곳곳인 조용한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을 거닐다 시립테니스장을 지나면 고소한 냄새가 난다. 정원이 있는 2층 집 '솔바람 차 향기'다. 삼삼오오 모인 중년 여성과 남성들이 "잘 먹었다"며 소나무, 매화나무를 만져보고 거리로 나선다.

솔바람 차 향기는 가게 외관과 이름을 보고 전통 찻집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물론 대추차, 생강차도 있다. 하지만 15년 넘게 한결같은 비빔밥, 수제비, 파전으로 사랑받는 가게다. 간단한 식사와 차를 내세운 밥집이다.

주인장 김현숙(54) 씨가 마흔을 앞두고 새 인생을 시작한 곳. '우리 식구들이 먹는 것처럼 손님을 대접하면 되겠다' 싶어 연 식당이다. 평소 좋아하는 소나무를 이름에 붙여 솔바람 차 향기로 간판을 내걸었다.

고들고들한 밥과 적당히 비벼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따로 담겨 나오는 비빔밥, 육수 일품인 수제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파전. /이미지 기자

"39살 때 사파동에 이사 와 이층집을 지었어요. 마당 딸린 집을 갖고 싶었죠. 1층은 식당, 2층은 살림집을 계획하고 지었답니다."

돌길이 나있는 입구 양옆에는 철쭉과 장미가 활짝 피었다. 정원 깊숙이에는 감나무, 석류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공기가 서늘하다. 곳곳에 도자기가 있다. 장식장에 나란히 진열되어 반짝이고 바닥에는 화분이 되어 초록빛을 품고 있다.

마당이 보이는 방, 타인의 방해를 피할 수 있는 방 몇 개가 있다. 가운데는 입식으로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다. 수십 년쯤 되어 보이는 세월을 품은 나무식탁과 의자, 한쪽 벽면에 있는 벽난로가 가게 분위기를 독특하게 만든다.

큰 창이 나있는 방에 앉았다. 밥맛이 절로 날 것 같은 풍광이다.

비빔밥과 수제비, 파전이 동시에 나왔다. 어떤 메뉴든 함께 나오는 겉절이, 두부, 고추, 김치로 상은 가득 찼다.

솔바람 차 향기 외관. /이미지 기자

식기 전에 바삭함을 맛보려고 젓가락으로 파전을 푹푹 찢었다. 가장자리는 바삭, 속은 촉촉했다. 듬뿍 들어 있는 부추와 오징어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가 아는 파전, 딱 그 맛이다. 그런데 톡톡 튀는 식감이 있다. 노란 옥수수알이다. 재밌는 식감을 주려는 주인장의 아이디어다.

밥을 비비기 시작했다.

대접에 고사리, 시금치, 콩나물, 숙주, 호박, 무, 당근 등 살짝 데친 나물이 가지런히 담겨 있다. 그 위로 달걀프라이가 놓였다. 김 가루와 깨소금도 살짝 뿌려져 있다. 밥은 그릇에 따로 담겨 나온다. 검정쌀과 붉은쌀, 찹쌀, 흰쌀을 섞어 압력밥솥으로 고들고들하게 지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비비다 고추장을 한 숟가락 넣었다. 그리고 다시 비볐다. 다른 양념을 전혀 넣지 않은 고추장. 장맛으로 먹는 비빔밥이다.

수제비는 2~3일 숙성한 쫄깃한 반죽에 호박, 당근, 감자, 미역이 어우러지는 국물의 조화가 좋다. 특히 육수가 일품이다. 버섯과 새우, 멸치, 양파, 대파, 명태대가리 등을 2시간 정도 푹 삶아 낸다. 짭조름한 해산물이 많아 간은 따로 하지 않는다.

김현숙 씨는 모든 음식을 당일 판매분만 만든다. 모든 식재료는 국산. 인근 상남시장에서 장을 본다. 고춧가루는 고성에 사는 농부에게 받고 참기름과 고추장은 대구에 사는 큰언니가 만들어준다. 이 모든 게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그래서 맛이 한결같다.

"새벽에 일어나 수제비 육수를 내고 상남시장으로 갑니다. 제철인 채소를 사고 가게로 돌아와 다듬기 시작하죠. 그러면 오전 11시. 식당 문을 엽니다."

오는 손님마다 '우리 집이었으면' 하고 한마디씩 꺼낸단다. 대부분 주인장 또래 단골이다. 이들은 집에서 늘 먹던 맛 그대로 식사를 하고 주인장이 내놓은 따듯한 커피로 잠시 숨을 돌린다.

차도 따로 주문할 수 있다. 한적한 오후에는 카페로 가게를 찾는 손님이 있다.

오는 6월부터는 팥빙수를 개시한다. 물론 국산 팥을 사다 직접 쑬 예정이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면 더 좋을 집이다.

"겨울에는 더 멋져요. 눈이 보슬보슬 내리는 날 벽난로에서 고구마를 구워먹기도 하지요. 부담없는 집이에요. 속 편한 밥 먹고 차도 마시고.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날을 즐기고요."

솔바람 차 향기에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맛과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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