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 파는 할아버지 경운기 교통사고
차량·농기계·사람 다니게 3차로 돼야

어제 5일장에 나갔다가 모종 파는 내 단골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운기 사고다.

산 넘어 이웃 동네에 사시는 할아버지는 이맘때면 늘 경운기 아니면 '사발이'에 각종 모종을 싣고 나와서 파시는데 할아버지가 안 보이고 할머니가 대신 나와 계시기에 물어봤더니 얼마 전에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만나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사발이'는 4륜 오토바이를 말한다. 구부정한 허리에 검게 탄 얼굴, 갈퀴 같은 손이지만 늘 인심 좋은 웃음을 얼굴 가득 담고 사시던 할아버지. 세월호 서명대를 장터에 세워놓고 진상규명 촉구 서명운동을 할 때도 가장 먼저 서명을 하시고는 아는 사람들 손목을 끌고 와서 힘을 보태주시던 할아버지였다. 할머니는 "평생 일만 하시다가 인자 살만 항게 돌아가뿐졌다"며 눈가를 훔치셨다.

시골길은 말도 못하게 위험하다. 요즘 같은 농사철은 더하다. 농기계가 다닐 길은 물론이고 사람 다니는 인도가 아예 없어서다. 도로의 가장자리 흰 차선 바깥에는 바로 낭떠러지인 경우가 많다. 인도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도로가 사람보다 차 위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인도가 아예 없는 현실은 기가 막히다.

꾸불꾸불 농촌 길에서 농기계가 차도로 들어서다가 과속차량을 만나면 치명적이다. 어둑발이 들고 밤이 되면 더 심하다. 가로등도 없고 깜깜한 데서 피곤함에 전 농부가 비라도 온다고 하면 밤늦도록 일을 하고는 농기계를 몰고 돌아가다가 밤길 차량이 과속으로 달려들면 대책이 없다. 그래서 몇 년 전에 3차로 또는 2.5차로가 시골에 필요하다고 제안했는데도 여전하다.

나는 자동차를 없애고 자전거를 탄 지 3년째다. 목숨 걸고 타야 한다. 자전거는 평소 차도로 들어가면 안 된다. 그러면 어디로 다녀야 하는가? 인도가 없으니 허공으로 다녀야 하는가. 전기자전거도 한 대 있는데 이건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해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 인도가 없다 보니 위급한 때에 피할 곳이 없다. '사발이'도 마찬가지다. 시골 노인네들이 많이 타는데 차도로 주행하다가 양쪽으로 내달려오는 고속 차량이 흉기로 느껴진다. 피할 데가 없어서다. '사발이'는 급히 핸들을 틀면 바로 전복된다. 피할 곳은 없고 과속 대형차가 오고 반사적으로 핸들을 틀게 되는데 바로 전복되니 농촌 길은 바로 황천길이 된다.

도로교통법이나 이 법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도로법에도 명확하지가 않다. 방법은 하나다. 찻길을 낼 때 인도를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해야 한다. 전문용어로 '길 가장자리 구역' 확보를 의무화해야 한다. 농촌길은 3차로가 최선의 길이다. 농기계와 사람과 자전거가 다니게 하는 3차로 도로가 농촌에 꼭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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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교통사고는 피해가 치명적이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통계수치에서도 드러나다.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은 100건당 2.4명인데 비해 농기계 사망률은 9배나 높은 20.4명이다. 이런 현실은 오래 계속되고 있다. 대선 시기인데도 주적논란이나 일삼고 색깔론이 난무하지만 농촌 공약은 없다.

도시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도 있고 인도가 널찍하게 있다. 농촌과 비교된다. 도로안전과 관리 등이 경찰청과 국토교통부, 자치단체로 분산된 것도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선 급한 대로 도로교통법 12조의 2 '노인보호구역의 지정' 사항에서 농촌도로 중 인도가 없는 곳을 지정하면 어떨까 싶다. 과속을 엄격히 단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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