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영향 선물 없이 카네이션·노래로 간소하게
평상시와 다름없어…"학년 끝나는 2월로 조정"의견도

스승의 날인 15일.

첫 수업을 앞둔 사천여고 교무실에는 스피커로 전교회장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교생을 대표해 전교회장이 선생님께 전하는 감사의 인사를 끝내자, 학생들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며 이날의 의미를 되짚었다.

짧은 행사가 끝나자 교사와 학생들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스승의 날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감사의 마음을 전하던 선물은 사라진 지 오래고, 카네이션도 학생 대표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달아주는 게 허용되면서 '조용한' 스승의 날이 일상화되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 도내 대부분 학교는 차분한 가운데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사천여고 한 교사는 "반장이 학생들이 모인 장소에서 카네이션을 달아줬는데 생화가 아닌 종이로 만든 꽃이었다"면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지 않는 것을 빼면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 교사도 "이렇게 스승의 날 반응을 묻는 전화라도 오지 않았다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라며 "등굣길에 학생들이 A4종이에 스승의 날 축하 메시지를 적어 인사한 것 이외에는 특별한 행사는 없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이전에는 학생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케이크 등 다과를 준비해 반 자체 행사를 하기도 했다"면서 "지난해에는 하교 후 학생들이 다른 학교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도록 해 조기 퇴근이 가능했지만 오늘은 심지어 야간자율학습까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을 없애든지 아예 2월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도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 스승의 날이 아예 없어졌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존치가 필요하다면 2월로 날짜를 조정해 학년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학생들과 함께 1년을 되돌아보며 추억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선물을 거절하거나 되돌려 보내는 방법을 상의하는 게 흔한 스승의 날 교무실 풍경이었지만 올해는 그런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됐다"면서 "과거에는 학교 예산으로 카네이션을 달아준 적도 있는데, 올해는 카네이션은 구경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스승의 날 의미에 맞춰 교장과 학부모가 직접 교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학교도 있었다. 창원 내서초 강동숙 교장은 교사와 행정실 직원, 공익요원 등 학교 구성원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담은 감사장을 직접 써 전달했다.

거제 송정초에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직접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이번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학부모는 "여러 가지 규제가 많아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걱정하다 아이들과 함께 색종이 카네이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아이와 학부모, 세상 앞에 당당한 교사가 되자"며 교사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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