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창원의 노동문학 자료전
내달 30일까지 창원시립마산문학관서
70·80년대 노동 현실 담은 작품 한눈에
"지역 기록 문학 가치·의미 되새겨야"

"마산수출자유지역의 뒷문(후문), 작업이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인파는 무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이어져 나간다. 넓은 아스팔트를 메운 젊은이들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는 지는 해와 함께 땅속으로 스민다. 해고의 위협에서 오는 불안, 관리층과 외국인의 인격적 무시, 힘겨운 노동에 대한 박한 보수, 판에 막은 듯한 단조로운 작업 등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이들은 내일 또다시 이 문을 들어서게 될 것이다."

<창작과 비평> 1974년 겨울호에 실린 이창복의 특별르포 '마산수출자유지역의 실태'라는 글의 첫 부분이다. 70년대 마산 지역 노동자의 모습을 쓴 글이다.

창원시립마산문학관 특별기획전 '창원의 노동문학 자료전' 전시 모습. /우귀화 기자

이처럼 노동자의 삶, 노동 현실 등을 담은 노동문학을 잘 보여주는 전시가 지난 4월 25일부터 내달 30일까지 창원시립마산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창원의 노동문학 자료전'이다. 노동 문학을 주제로 다루는 전시는 이례적이어서 관심을 끈다.

◇노동문학이란? = 노동문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노동문학이란 무엇일까. 한국문학평론가협회의 문학비평용어사전에는 "노동문학은 노동문제 전반을 다루는 가운데 특히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이 내포하고 있는 바람직한 가치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문학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개념이다"라고 적고 있다.

한국문학사에서 노동문학은 1924년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을 표방한 카프(KAPF) 결성 전후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1980년대에 노동문학이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전성기를 맞는다.

1984년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백무산의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시가 대표적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7·8월 노동자 대투쟁 후 노동문학은 꽃을 피운다. 1988년에 전태일 문학상도 생긴다.

◇마산·창원 노동문학 = 우리 지역 문학 역시 큰 틀에서 한국문학사와 궤를 같이한다.

1980년대 <마산문화>, <풀무> 등의 간행물은 지역 노동문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1982년 창간한 <마산문화>는 소설 '수출자유지역의 하루' 등의 작품을 통해 당시 노동현장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창원YMCA 실무자가 기획해 1989년 발간한 <풀무>는 노동자 대상 문예지로 노동자 시각에서 쓴 문학작품을 다뤘다. 1986년 <마산문화> 발행 중단 후 1990년 마창문학모임 '밑불'이 창립하고, 동인지 <밑불>이 나왔다.

1989년부터 2012년까지 마창(마산창원) 노동자문학회가 꾸려져 문집 <참글>도 발행했다. 전시에서 '참글 글쓰기 훈련 계획안'도 인상적이다. 어시장, 성안백화점, 자연, 작업현장 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쓰여 있다. "사람과 삶의 진실에 대해 관심을 두고 항상 질문하는 습관을 기른다"는 훈련 목표가 눈에 들어온다.

노동자 문학 동인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마창지역 노동자 시인 동인 '객토'다.

◇"지역 기록 문학 가치 크다" = 문인, 학계 관계자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노동 문학을 잇고, 지역 기록 문학인 노동 문학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16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인 정윤(52) 소설가(창원)는 "지금 일용직 노동자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다. 현재는 계급, 계층이 다양해진 만큼 노동문학도 다양해졌다. 지금 노동문학은 다양하게 분화돼서 새롭게 꽃을 피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미 경남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학계에서 노동문학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에는 르포 문학, 노동자, 도시빈민 등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문학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제는 노동자가 쓴 작품에 대한 평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2015년에는 노벨문학상도 기록 문학이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전시도 노동운동의 중심지였던 마산, 창원 지역의 기록 문학 등을 다루고 있어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