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양산 유세 때 청중 동원에 협력한 관권선거 개입 혐의로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고발당한 도청 고위직 간부 공무원을 뒤늦게 대기발령하는 인사조치를 내렸다. 이로써 책임의 일단을 피해가려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그건 사태 해결의 본질이 아니다. 도청 산하 민간단체에 참석을 독려했다는 그 공무원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전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온 그가 자의적 판단으로 그랬을 것이라는 믿을만한 단서는 없다. 따라서 누군가의 사주나 권유를 받았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의심할만한 배후는 누구인가. 하기야 혼자 덤터기를 쓰기로 작정했다면 달리 방법이 없을 뿐이다.

도는 검찰수사 결과 사실이 밝혀지면 엄중 처벌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관망하는 자세로 급한 불을 끄려고 한다. 고발된 후 일주일이 지났으니 그동안의 자체조사에서 뭔가 진전된 추가 사실이 드러났음 직하지만 침묵하고 있다. 스스로 실토하거나 양심 고백을 하지 않는 한 수사가 끝나는 것을 지켜봐야 하고 설사 덧붙일 사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에 익숙한 공직이기주의를 벗어나기는 어려웠을법하다. 하지만 그로 해서 진실은 묻혀버리고 만다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 실상이 드러나고 형사처벌이 뒤따르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때는 긴장감이나 시사성이 떨어져 주목받지 못하는 화제로 전락한다. 선거에서 공무원의 엄정 중립의무는 그 때문에 다시 한 번 상처받지 않을 수 없다.

류순현 도지사 권한대행은 홍 전 지사 사퇴 시점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서 신뢰하기 어려운 모호한 태도를 보여 의문을 증폭시켰다. 이번에는 대행직을 맡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에 부하 공무원의 선거 개입 불상사로 파장이 만만치않다. 류 대행이 직접 연루됐을 리는 없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렇다고 공직 기강이 해이하다는 비판마저 면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무 선명성을 확보하고 싶은 희망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열린 자세로 공조직을 다져 도정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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