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연 새로운 보수·진보의 가치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밑거름돼야

지난 5·9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적폐 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국민적 염원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점이라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참모진 구성과 현안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을 엿보았다. '대통령이 불행한 나라의 국민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부디 잊지 않기를 바란다.

선거는 1등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다. 단 한 표 차로 졌더라도 2등, 3등은 그냥 그 등수에 만족하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이번 대선의 유일한 승자는 문 대통령이지만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운 유승민·심상정 후보를 주목한다. 당선과는 거리가 너무 먼 4, 5등이었지만 존재감은 빛났다. 두 후보 모두 10% 이하 득표로 단 한 푼의 선거자금도 돌려받지 못했지만 완주하면서 보여준 열정적 호소는 오랫동안 남을 듯하다.

신생 보수정당 후보라는 한계를 딛고 6.8%의 지지를 이끌어낸 유승민 후보에게서 많은 국민이 '보수는 기득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다'는 새로움을 발견했다.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 사망자 빈소를 찾아 유족을 부둥켜안고 굵은 눈물을 쏟아내는 유 후보의 모습에서 머리가 아닌 가슴이 따뜻한 보수가 보였다. 대선 기간 내내 거친 입으로 보수의 가치와 품격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홍준표 후보의 '배신자 프레임' 공세에 유 후보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았다며 꿋꿋하게 소신 행보를 이어갔다. 기득권에 눈이 멀어 소신과 상식을 저버리고 대선 직전 바른정당을 버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철새 정치인의 행태에도 흔들리지 않고 유 후보는 자신의 길을 걸었다. 이번 대선에서 기억해야 할 가장 큰 성과는 문 대통령이겠지만 '새로운 보수, 품격 있는 보수'를 실천한 유승민 이름 석 자도 득표율 이상으로 크다고 할 것이다.

원내 의석 6석의 소수정당 후보로 나선 심상정 후보는 진보정당 사상 최고 득표율인 6.2%를 기록했다. 다섯 차례의 TV 토론에서 그가 보여준 능력은 탁월했다. 거침이 없었다. 유일한 진보 후보로 그가 쏟아낸 말은 유권자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편에 선 공약은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반드시 실천돼야 할 당위성까지 담았다.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 준 그의 행보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슬로건에 함축적으로 담았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휴일 노동현장에 선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의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해소하지 않고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없다고 강변하는 결기에서 진보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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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유승민·심상정 두 후보에게 던진 표는 '사표(死票)가 아니다'. 이 땅에 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희망의 싹'이었다. 새로운 보수, 미래를 여는 진보 모두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밑거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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