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고 하면 우산을 챙겨 나가듯이 요즘 같이 화창한 봄날이면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다. 현장 학습하러 가는 초등학생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한 걸 보니까 미세먼지 즉, 죽음의 먼지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황사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는데, 신라 진평왕 49년 음력 3월에 '큰바람이 불고 흙비가 닷새 동안 계속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조선 왕조 실록에는 토우(土雨)로 표현된 황사가 세종 재위 기간 18차례나 번번이 등장했고, 조선 인조 5년에는 '하늘에서 피가 내려 풀잎을 붉게 물들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당시 임금들은 그럴 때마다 자신의 실정(失政)이나 부덕에 대한 하늘의 벌로 여기고 근신하면서 풍악과 음주를 금했다고 한다.

과학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그 정신만은 오늘날의 정치가들은 새겨야 할 덕목인 것 같다.

요즘은 미세먼지와 각종 꽃가루 때문에 숨쉬기도 어렵고 눈뜨기도 곤란하다. 예부터 우리 인간은 다양한 먼지 속에 싸여 살아왔다. 인근 일본이나 인도네시아의 화산 폭발로 생긴 화산재는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대형 산불은 일시적인 기후의 변화까지 초래한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리고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우주에서 떨어지는 별들의 부유물들이 매년 지구의 무게를 1만t씩 증가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 외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가스,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유물 등 요즘은 차라리 알면 병이 생길까 봐 미세먼지에 대한 상식을 체념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은 알아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미세먼지의 주된 발생 원인은 건조지대, 그중에서도 육지의 30%를 차지하는 사막이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일어나는 먼지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 플로리다반도나 북유럽까지 날아간다니 몽골에서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것은 가까운 거리에 불과하다. 매년 봄이면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는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생긴 모래 먼지다. 황사가 심할 때는 서울지역에만 하루에 축구장 크기의 운동장을 70㎝ 두께로 덮을 수 있는 먼지가 쏟아진다고 한다.

바다 건너 우리가 이 정도인데 발원지인 중국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몇십m 앞도 안 보이는 자욱한 흙먼지는 눈, 코, 입으로 마구 파고든다. 거기에 봄철의 꽃가루, 각종 가스 대기오염 등이 증가함에 따라 미세먼지의 농도는 더 증가한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여러 가지 복합성분을 가진 부유물질이기 때문에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에 치명적이며 사망률이 높아지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들은 폐와 혈중으로 바로 유입할 수 있기 때문에 생명에 아주 위험하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일조량을 감소시키고 식물의 광합성까지 방해를 한다. 우리 인간들에게 치명적인 중금속을 쏟아 붓는데 아직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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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이 미세먼지의 피해를 줄이고자 오래전부터 협조 체제를 갖추자는 원칙에는 합의를 했지만 아직 큰 진전은 없다. 이번에 당선된 우리 대통령은 안보·경제·외교문제와 같이 대기오염 문제에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사드' 문제로 우리가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만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강력한 항의와 대책 강구를 위해서 국제기구를 통해서라도 중국의 허리끈을 잡고 늘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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