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유휴저수지 자원화사업' 가설도로 깔리는 등 난장판
시 "위탁사업이라 몰랐다" 환경단체 문제 제기에 중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에 붙은 산남저수지에 물은 다 빠지고, 저수지에 중장비가 들어갈 수 있도록 가설도로가 깔렸다. 환경단체는 막무가내 공사로 저수지 생태를 파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창원시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에 붙은 산남저수지에 '유휴저수지 자원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환경단체가 문제 제기를 하자 뒤늦게 공사를 중단했다. 국비와 지방비 31억 4000만 원을 들여 올 연말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은 저수지의 식생·퇴적물(3만 1725㎡)을 걷어내고 어족자원증대시설(치어 산란장 등 4515㎡) 설치, 수변부 식재 등을 하는 것이다. 이는 낚시터 등 위락시설 등이 추진되다 환경단체가 철새도래지 생태를 해친다고 비판하자 수정된 것이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일 주남저수지 일대 어류·수서생물 조사를 나갔다가 공사 현장을 목격했다. 임희자 정책실장은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에 멸종위기종인 귀이빨대칭이를 비롯한 많은 폐사 조개류가 발견됐다. 참혹했다"고 말했다. 수탁시행자인 농어촌공사는 지난 4월부터 물을 다 빼고, 저수지에 가설도로를 깔아 준설공사를 해왔다.

▲ 창원시 의창구 동읍 산남저수지 안쪽까지 작업 차량 등을 위한 도로가 개설되고 있다./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그러나 이는 환경단체와 애초 협의한 방식이 아닌 데다 바뀐 방식에 대해 재협의도 안 된 것이다. 창원시와 농어촌공사, 어촌계, 창원물생명연대 등은 지난 2015년 2차례 민관협의회를 열고 사업 기본 방향을 정했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전문가의 주남저수지 생태·실태에 대한 자문 후 사업을 결정하고, 기본방향과 실시설계 시 생태·철새전문가 공개적 자문 절차를 전제로 △외래어종 퇴치사업과 어류방류사업 △오염원 유입과 저층 오염실태 조사 후 침적 폐기물 수거를 위한 준설사업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민관협의회 의견이고, 준설을 하더라도 수변 영향을 최소화하는 바지선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이를 어겼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창원시와 농어촌공사는 지난 10일 공사를 중단했다. 농어촌공사는 가설도로를 치우는 복구에 이어 물을 다시 채우고 나서 민관협의회에서 공사 방식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창원시는 물을 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설도로를 놓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환경정책과 주남저수지담당은 관리·감독에 대해 "위수탁사업인데 창원시는 보조금 정산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11월 창원시로부터 세부설계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는 공사에 앞서 지난 3월 창원시,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어촌계가 참여한 세부설계 설명회를 하면서 구체적인 준설 방식을 설명하지 않은 점도 인정했다. 창원지사 산남저수지 사업담당자는 "수심 확보를 위한 준설을 하려면 바지선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물을 다 빼고 중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가설도로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며 "올 2월부터 업무를 맡았는데 설계대로 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은 주남저수지와 주변 개발·보전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제대로 창원시가 대응을 못 하는 한 단면이다.

또한 주남·산남저수지는 농업용 저수지여서 관리주체는 농어촌공사, 환경·생태문제는 창원시가 맡아 통합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창원시, 공사를 하면서 협의하지 않은 채 공사를 한 농어촌공사, 환경영향 문제를 따지지 않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을 싸잡아 비판하며,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협의 중인 주남저수지 생태·환경적 가치를 무시한 처사일 수밖에 없다. '환경수도 창원'이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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